[팩트체크] 방사선 방출 '라돈 침대' 사태 누구 책임인가

입력 2018-05-16 19:38  

[팩트체크] 방사선 방출 '라돈 침대' 사태 누구 책임인가
모나자이트 판매량 2천960㎏…원안위는 '깜깜이'
전문가 "침대회사가 웬 모나자이트?…규제기관 바로 인지했어야"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김수진 기자 = 기준치 이상의 방사선을 방출하는 '라돈 침대' 파문이 확산하는 가운데 문제의 침대가 시중에 버젓이 유통하게 된 데 대한 책임론이 거세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대진침대 매트리스에 모나자이트가 원료인 음이온 파우더가 들어갔다는 점이다.
모나자이트에는 천연 방사능 핵종인 우라늄과 토륨이 함유됐는데, 우라늄과 토륨이 붕괴하면 각각 라돈과 토론이 생기면서 방사선 피폭이 발생하게 된다.
모나자이트와 같은 천연 방사성 물질의 유통을 관리하는 기관은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다.
원안위는 지난 2013년 '천연 방사성 물질 취급자 등록제도'를 실시하고 모나자이트, 인광석과 같이 천연 방사성 핵종을 함유한 원료물질을 취급하는 업체의 등록을 의무화했다.
원안위는 당시 "천연 방사성 물질 유통 경로를 상세히 파악하고, 안전 관리 범위가 기존 원자력발전소·연구소·병원 등 인공방사선에서 천연방사선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해외에서 모나자이트를 수입해 대진침대 매트리스 제조사에 납품한 업체도 원안위에 등록한 뒤 유통·처리 현황을 보고해왔다.
원안위에 따르면 이 업체는 2013년부터 대진침대 매트리스 제조사에 약 2천960㎏의 모나자이트를 판매했다.
그러나 원안위는 이달 초 언론 보도로 문제가 눈덩이처럼 커지기 전까지 모나자이트 수입업체나 매트리스 제조사에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16일 "모나자이트가 방사성 모래라는 것은 (전문가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로, 그 어떤 상식에 견줘도 침대회사에서 모나자이트를 쓸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침대회사가 모나자이트를 사용하는 것은 라면회사가 (모나자이트를) 쓰는 것과 같은 일"이라며 "규제 기관이 바로 문제를 인지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원안위는 지난 2014년부터 매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한국원자력안전재단과 함께 방사선 피폭이 우려되는 제품 실태를 조사해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지만 대진침대의 매트리스를 지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특히 지난해에는 음이온 관련 제품을 집중 조사하면서 '음이온' '기능성' 등을 강조한 침대, 매트리스, 팔찌, 찜질기 등 102개 품목을 분석했지만 여기에도 대진침대 매트리스는 포함되지 않았다.
원자력안전재단 관계자는 "시중 판매 제품 중 방사선이 나올 가능성이 있는 제품을 구매해서 조사하는데, 전수 조사를 하면 좋겠지만 제품이 워낙 많다 보니 아무래도 예산 등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특허청에서 특허를 내준 음이온 제품은 18만개에 달한다.




침대뿐 아니라 시중에 팔리는 음이온 방출 제품 중 다수가 모나자이트를 원료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가 빙산의 일각일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 음이온시험기관인 한국원적외선협회보에 따르면 지난 2003∼2006년 협회 부설 한국원적외선응용평가연구원에 음이온 측정 의뢰된 제품 중 90%가 모나자이트를 사용했다.
원자력안전재단이 지난해 조사한 제품 102개 중에서도 '음이온' 혹은 '음이온시험성적서'를 광고문구에 포함한 제품은 75개였고, 이 중 76%인 57개 제품이 모나자이트를 원료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혜정 시민방사능감시센터 대표는 "모나자이트의 위험성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 없이 건강 기능성 제품으로 특허를 내주고 심지어 친환경마크까지 부여한 정부가 이번 사태의 핵심 책임자"라고 주장했다.
이어 "모나자이트가 무분별하게 생활제품에 사용되는 것을 금지하기 위해 원안위 뿐 아니라 산업부, 식약처, 환경부 등 범부처 차원에서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gogog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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