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케미칼 사고 지점서 200여m 떨어진 공장 근로자도 피해
(울산=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울산 한화케미칼 2공장 염소가스 누출 사고는 새어 나온 유독성 가스가 바람을 타고 공장 밖 200여m까지 삽시간에 퍼지면서 근로자 피해가 속출했다.
17일 울산소방본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이 사고로 19명이 유독성 염소가스에 노출돼 호흡 곤란과 메스꺼움, 어지러움 등을 호소하며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부상자들은 한화케미칼뿐만 아니라 인접한 다른 업체들에서도 많이 발생했다.
특히 각각 5명, 4명, 3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3개 업체는 한화케미칼 2공장과 철로를 사이에 두고 서로 인접해 있다. 한화케미칼과는 직선거리로 200여m 정도 떨어져 있다.
피해 근로자들은 병원에서 "눈을 못 뜰 정도로 따갑고, 악취가 심하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또 2공장 담장 바로 옆 철로에서 제초 작업을 준비하던 철도공사 직원 2명도 피해를 당했다. 이곳은 사고 장소와 100여m 떨어져 있다.
당시 이들과 함께 작업했던 철도공사 직원은 "작업 중 갑자기 역하고 이상한 냄새가 나서 보니 따로 작업하던 2명이 호흡 곤란 등을 호소하고 있었다"며 "당시 8명의 작업자 중 나머지 6명은 그보다 더 멀리 떨어진 곳에 있어 화를 면했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이 주변에는 바람이 다소 강하게 불고 있었다.
울산기상대는 오전 10시 기준 남구 여천동과 가장 가까운 관측소인 울주군 온산읍의 순간 최대 풍속이 초속 6.6m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누출된 염소가스가 바람 방향을 따라 순식간에 퍼지면서 주변 업체 직원들이 애꿎은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황갈색의 염소가스는 화학물질관리법상 유해화학물질로 분류되며, 그중에서도 사고 위험성이 높은 물질인 '사고대비물질'이다. 또 산업안전보건법상 관리대상 유해물질, 고압가스안전관리법상 독성가스로 지정돼 있다. 보통 액화압축가스 상태로 운송된다.
또 공기보다 무거워 빨리 사라지지 않으며 숨쉬기 힘들 정도로 매우 자극적인 냄새가 나는 게 특징이다.
흡입하면 폐에 염증을 일으키고 인간이 사망에 이를 수 있을 정도로 치명적이다. 피부와 안구 등에 노출되면 화학적 화상, 피부염, 안구 손상 등을 일으킬 수 있다. 1차 세계대전에서 화학무기로 사용되기도 했다.
소방본부의 한 관계자는 "다행히 인근 공장까지 누출된 염소가스는 비교적 소량이어서 인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며 "부상자 중 크게 다친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전 10시께 울산시 남구 여천동 한화케미칼 2공장 고부가 염소화 PVC(CPVC) 생산시설에서 염소가 누출되는 사고가 났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탱크로리에 담긴 염소가스를 공장 저장탱크로 이송하는 과정에서 배관이 파손돼 가스가 샌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와 누출량을 조사하고 있다.
yong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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