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현재 신흥시장이 처한 여건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나 2013년 테이퍼 탠트럼(자산매입 축소 발작) 당시보다 좋지 못하다는 저명 경제학자의 경고가 나왔다.
17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하버드 대학의 경제학자 카르멘 라인하트 교수는 이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신흥시장국의 부채 확대, 교역 조건 악화, 글로벌 금리 인상 추세, 성장률 정체 등을 우려의 근거로 제시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테이퍼 텐트럼 당시 주요국 증시는 주가가 각각 64%와 17%나 급락하는 충격을 경험했다.
라인하트 교수의 판단은 골드만 삭스와 USB 자산운용 등의 펀드 매니저들이 여전히 신흥시장에 투자 기회가 있다고 보는 것과는 사뭇 다른 것이다.
그는 "신흥시장 국가들의 전반적인 지형에는 5년 전보다 더 많은 균열이 생겼고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비교하면 확연하다"고 말하고 외적은 물론 내적 여건이 모두 악화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라인하트 교수는 "미국의 통화 긴축이 확대될수록 금리가 더욱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이는 신흥시장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통화정책이 더욱 긴축 쪽으로 움직이는 반면 다른 선진국에서 상응하는 조치가 없다면 달러는 강세가 된다"면서 신흥시장국에 인플레와 통화 양면에서 이중고를 안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흥시장이 안고 있는 부채의 3분의 2 이상이 달러화 부채이고 중국의 차입 탓에 지금은 이보다 더 많다는 것이 라인하트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성장 둔화로 브라질 같은 국가들의 재정상태에 더 많은 취약점이 노출되기 시작했다고 말하고 "지금은 테이퍼링 텐트럼 당시에는 없었던 많은 내적·외적 취약성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신흥시장의 채무불이행(디폴트) 리스크도 우려 대상으로 꼽혔다. 그는 사하라 이남 지역과 중동 지역의 국가들이 중국에 채무를 지고 있는데 앙골라의 경우 중국 차관을 포함한 외채는 공식 통계보다 20% 많다고 밝혔다.
라인하트 교수는 외채 증가는 지난 10년간의 초저금리로 차입의 인센티브가 많았다는 점에서 예상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하고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고 달러화의 추세 역전이 재현된 지금에 와서는 취약성이 커지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라인하트 교수는 신흥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금리 상승이나 변동성 확대는 신흥시장의 자본 유입에 좋지 못한 징조라고 덧붙였다.
그는 과거 대내외 부채 간 경계가 있었지만 최근엔 아르헨티나의 사례에서 보듯 경계가 모호해진 상태라는 점도 지적했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비거주자들이 대내 부채의 채권자로 바뀌고 있으며 이는 향후 더 큰 여파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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