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연방법원, '부패혐의 수감' 룰라 전 대통령 예우 박탈

입력 2018-05-18 01:20   수정 2018-05-18 01:26

브라질 연방법원, '부패혐의 수감' 룰라 전 대통령 예우 박탈
대통령실 예산 지원받는 보좌진 8명 두지 못하게 돼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통신원 = 브라질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에게 주어진 전직 대통령 예우가 박탈됐다.
남동부 캄피나스 지역 연방법원의 아로우두 나데르 판사는 17일(현지시간) 한 사회단체가 제기한 청원을 받아들여 룰라 전 대통령에게 허용된 모든 혜택을 취소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브라질 현행법에 따르면 전직 대통령은 대통령실의 예산 지원을 받아 경호원과 비서·운전사 등 8명의 보좌진을 둘 수 있다.
나데르 판사는 룰라 전 대통령이 국가와 연방경찰의 보호를 받고 있어 보좌진을 둘 필요가 없게 됐다고 이유를 밝혔다.
대통령실은 "연방판사의 결정이 공식적으로 전달되는 대로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방판사의 이번 결정에 대한 룰라 전 대통령과 좌파 노동자당(PT)의 반응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룰라 전 대통령은 지난 2009년 정부 계약 수주를 도와주는 대가로 대형 건설업체로부터 복층 아파트를 받은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아왔다.
지난해 7월 1심 재판에서 뇌물수수 등 부패행위와, 돈세탁 등 혐의로 9년 6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은 데 이어 올해 1월 2심 재판에서는 12년 1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았으며, 지난달 7일 남부 쿠리치바 시에 있는 교도소에 수감됐다.
한편, 룰라 전 대통령이 수감된 이후 그의 이름을 딴 '룰라 연구소'도 운영난을 겪고 있다.
룰라 연구소의 월 운영비는 12만 헤알(약 3천600만 원)이다. 인건비가 68%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전기·전화·상하수도 요금이다. 연구소의 은행계좌에는 20만 헤알 정도가 남아 있으나 이마저도 법원의 동결 조치에 묶여 손을 대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구소는 지난 3월 중순부터 올해 상반기 운영비 72만 헤알을 목표로 모금 활동을 벌이고 있다. 부족한 운영비 가운데 일부는 좌파 노동자당(PT)이 부담할 예정이다.
룰라 전 대통령이 퇴임한 이듬해인 지난 2011년 상파울루 시 남부 이피랑가 지역에 설립된 이 연구소는 한때 브라질을 움직이는 싱크탱크의 하나로 꼽혔다.
2012년 지방선거에서는 노동자당을 중심으로 하는 연립여권의 승리를 이끌었다. 노동자당 지도부는 연구소에서 선거 전략을 협의했고, 시장 후보들은 연구소에서 홍보 방송을 제작했다. 후보들은 룰라와 함께 찍은 사진을 선거 포스터에 사용했다.
그러나 2016년에 룰라 전 대통령의 후계자로 불리던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쫓겨나고 같은 해 10월 지방선거에서 노동자당이 참패한 데 이어 룰라 전 대통령이 부패혐의로 수감되면서 연구소의 위상도 추락했다.
fidelis21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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