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보호자 올 때까지 보호했어야"…교육계 "앞뒤 상황 고려 않은 판결"
(대구·서울=연합뉴스) 이강일 이재영 기자 = 현장체험학습을 가던 중 용변이 급한 학생에게 버스에서 용변을 보게 하고 휴게소에 혼자 남겨둔 뒤 떠난 혐의로 기소된 초등학교 교사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대구지법 형사10단독 김부한 부장판사는 18일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구 모 초교 A 교사에 대해 벌금 800만원을 선고했다.
김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피해자의 보호자가 올 때까지 보호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피해자를 안전한 장소로 인도하거나 믿을 수 있는 성인에게 보호를 의뢰하는 등 기본적인 보호조치를 전혀 하지 않은 채 버스에서 내리게 해 방임한 것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A 교사는 지난해 5월 독립기념관으로 현장체험학습을 가던 중 휴게소를 10여 분 앞둔 지점에서 학생이 복통을 호소하자 달리는 버스 안에서 비닐봉지에 용변을 보게 했다.
이후 A 교사는 학생 부모에게 연락했고, 학생을 가까운 고속도로 휴게소에 내려주면 데리러 가겠다는 말을 듣고 학생을 휴게소에 혼자 내리게 했다.
해당 학생은 부모가 도착할 때까지 1시간가량 혼자 휴게소에 있었고 학부모가 이를 문제 삼자 학교 측이 아동학대 관련 기관에 신고했다.
A 교사는 경찰 수사를 거쳐 약식기소 됐으나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아동복지법은 아동학대 관련 범죄로 형이 확정되면 10년 동안 아동 관련 기관을 운영하거나 관련 기관에 취업 또는 노무를 제공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즉 학교와 유치원은 물론 아이들이 다니는 학원과 교습소에서 일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교원단체·노조는 이날 판결을 일제히 비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성명을 내고 "비상식적인 판결로 수긍하기 어렵다"면서 "체험학습 중 돌발상황에 대한 대처가 일부 최선이 아니었을 수 있다는 게 교직을 떠나야 할 잘못인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교조는 "학교현장에서 지극히 경미한 사안을 두고 교사를 아동복지법 위반자로 몰아가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려고 애쓴 교사의 조처에 해직으로 답한다면 교사들 일상은 살얼음 걷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재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대변인도 "앞뒤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과한 판결"이라며 "돌발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체험활동이 점차 강조되는 상황인데 이번 판결로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교사가 아동을 지도하다가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5만원 정도의 벌금형만 받아도 아동 관련 기관에 취업이 불가능해진다"면서 "교육활동을 위축시키는 과도한 규정으로 아동복지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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