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미국이 종전·불가침만 약속하면 핵 포기할 것"
"남북정상회담은 북미회담으로 가려는 북한 기획의 연장선"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18일 "북한은 미국이 종전과 불가침만 약속하면 핵을 포기할 것"이라며 "북한을 도와야 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 전 장관은 이날 서울 용산구 민족문제연구소에서 열린 '4·27 판문점 선언과 한반도의 미래' 특별대담에서 "북한은 남북정상회담에 응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북미정상회담으로 나아가려 한 것"이며 이렇게 진단했다.
그는 "이번 남북회담은 김정은 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을 하려고 처음부터 기획적으로 벌인 일의 연장선상에서 성사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그동안은 북한이 무시해도 좋을 만한 정도의 핵 능력만 갖췄으므로 압박과 제재로 나서려 했다"며 "지난해 11월 29일 북한이 사거리 1만3천㎞짜리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에 성공한 이후로는 김정은과 북한을 만만하게 보지 못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김 위원장은) 남북정상회담은 과정과 수단으로 생각하지 그 자체가 최종목적은 아니다"라며 "평창올림픽에 참가하고 싶다고 해놓고는 왜 여동생을 시켜서 친서를 보냈을까. 북미수교까지 생각하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트럼프를 소개해 달라고 하는 것 말고는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미국이 종전과 불가침만 약속하면 핵은 폐기하겠다, 포기하겠다는 것이며 경제적으로 넉넉하게 살고 싶다는 것"이라며 "북미수교까지 끌어내면 아시아개발은행(ADB)이나 국제부흥개발은행(IBRD)의 장기저리차관이 쉽게 들어올 여건이 조성돼 경제적 여건이 좋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을 돕는 것이 북핵 해결의 길을 여는 것"이라며 "북한에 돈이 들어간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만큼 전쟁 공포 없이 살 수 있다. 핵문제 없는 남북관계를 시작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담에 참석한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는 "문 대통령(1953년생)과 김 위원장(1984년생)의 연혁(나이) 차이가 꽤 큰데 그런 것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며 "마치 한 집안, 한동네 사람이 모인 것처럼 자연스러워서 앞으로 남북관계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고 기대했다.
강 교수는 "한반도는 대륙 세력권에 들어가면 해양세력을 겨누는 칼이 되고, 해양 세력권에 들어가면 대륙 침략의 다리가 되는 곳"이라며 "주변 4강은 한반도가 분단된 것이 더 유리하다. 그래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남북·통일 문제는 우리가 해야 한다고 봤다"며 자주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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