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도 없다'던 울산 토착비리 수사, 지방선거 최대 변수로

입력 2018-05-20 07:30  

'정치의도 없다'던 울산 토착비리 수사, 지방선거 최대 변수로
황운하 청장 부임 후 김기현 후보 주변인 집중 수사로 논쟁 불 지펴
경찰 영장 잇단 기각에 한국당, 역공 태세…민주당, 비위 부각 선거 활용 '맞불'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울산경찰이 진행하는 지역 토착비리 수사가 6·13 지방선거의 중대 변수로 부상했다.
애초 경찰은 "정치적 의도는 없다"며 선을 그었지만, 실상 주요 정당과 후보의 선거운동 소재로 활용되며 선거 결과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울산지방경찰청은 황운하 청장 부임 이후 지역 토착세력의 부정부패를 뿌리 뽑겠다고 공언했다.
이후 실제로 자치단체장과 광역의원 등이 경찰의 수사대상에 올랐고, 일부는 혐의가 적용돼 검찰과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는 신세가 됐다.
그러나 단연 관심을 끄는 것은 자유한국당 김기현 울산시장 예비후보 주변에 대한 수사 결과다.
한국당이 지지율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김 예비후보 측근의 비리가 확인된다면 사실상 울산시장 선거의 판도가 결정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경찰은 올해 초부터 아파트 건설사업 이권에 개입하거나 외압을 행사한 혐의 등으로 김 예비후보의 동생과 형, 비서실장 등을 입건해 수사를 벌였다. 또 '김 예비후보가 국회의원이던 2014년 편법으로 후원금을 받았다'는 진정에 따라 김 예비후보의 친척도 입건해 수사 중이다.
김 예비후보 주변에 대한 수사 3건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경찰이 공교롭게도 김 예비후보가 한국당의 공천을 받은 지난 3월 16일 비서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시작하자 한국당은 표적수사이자 기획수사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황 청장을 방문해 항의했고, 당원들은 지방청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기도 했다.
당 대변인이 경찰을 '미친개'에 빗대 과격하게 표현하면서, 김 예비후보에 대한 수사가 전국적인 이슈로 부상하기도 했다.
그런데 경찰의 김 예비후보 주변 수사를 시작한 지 두 달여 지난 현재, 분위기가 묘하게 흐르고 있다.
수사가 애초 경찰이 기대한 만큼의 결과를 내지 못하고, 일부 수사는 부실했다는 지적마저 받기 때문이다.
경찰은 3월 말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며 김 예비후보 동생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검찰도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그러나 울산지법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지 않고, 다투어볼 여지가 있다"며 영장이 기각됐다.
경찰은 김 예비후보의 형 B씨에 대해서도 지난달 체포영장을 신청했으나, '혐의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검찰이 영장을 기각했다.
경찰은 이달 초 울산시청 비서실장 C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은 '혐의에 대해 법리적으로 다툴 여지가 있고, 상당한 증거가 확보돼 있어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는 모두 기각했다.
최근에는 '부실수사' 논란까지 표면화됐다.
경찰은 비서실장 C씨가 민간업자에게 세 차례 골프 접대를 받았다는 혐의를 적용, C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경찰의 수사 발표 후 C씨가 "경찰이 범죄사실로 발표한 세 차례 골프 라운딩 가운데 한 번은 제 신용카드로 비용을 결제했다"고 주장했고, 경찰이 "사실관계 확인에 착오가 있었다"며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검찰은 송치받은 사건에 대해 이런 논란이 불거지자 지난 17일 경찰에 '비서실장이 냈다는 골프 카드내역을 포함해 혐의 사실 전반을 보완 수사하라'고 재지휘했다.
이처럼 경찰의 수사가 흔들리는 분위기를 감지한 한국당은 경찰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였다.
한국당 울산시당은 "수사의 ABC조차 지키지 않고 어떻게든 사건을 엮어가려는 정치적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으며, 이러니 공작·억지·표적수사라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라며 "골프접대를 받고 '나중에 비용을 돌려줬다'고 주장하는 황 청장부터 수사하라"고 비판했다.
경찰의 수사에 위기감과 불쾌함을 동시에 느낀 한국당은, 수사 결과에 별다른 알맹이가 없을 경우 선거 개입을 위한 기획수사라며 이를 역이용할 태세다.
반대로 경찰의 수사를 지지해온 더불어민주당은 자칫 수사 결과가 김 예비후보에게 면죄부를 줘 역풍이 불까봐 불안해한다.
민주당은 경찰 수사와 별개로 김 예비후보 측의 비위를 부각해 선거에 활용하고 있다.
민주당 울산시당은 "경찰 수사의 본질은 비서실장 C씨가 레미콘 업자를 선별 지원하고, 10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겨준 것"이라며 "C씨는 하찮은 변명으로 수사에 물타기를 할 것이 아니라, 권력을 남용해 시장질서를 어지럽혔다는 데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찰의 의도와 상관없이 김 예비후보 주변인 수사를 둘러싸고 불붙은 여야의 논쟁은 지방선거가 끝날 때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선거일을 20여 일 앞둔 시점에서 이 문제는 앞으로 김 예비후보와 송철호 민주당 예비후보의 TV토론 등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로 등장해 막바지 선거국면에 큰 영향을 줄 전망이다.
hk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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