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코쿠대학 소장…남권희 교수 "충렬왕·왕비 제작 관여한 증거"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고려 충렬왕과 그의 왕비인 제국대왕공주가 제작에 관여한 금사경을 일본 교토(京都) 류코쿠(龍谷)대학이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경은 성인의 가르침을 한자씩 옮겨적으며 자신들의 안녕을 비는 수행법인데, 인쇄술이 발달하기 전 부처의 말씀인 경전을 전파하려는 목적으로 제작됐다. 금사경은 금가루로 쓴 사경을 일컫는다.
경북대 문헌정보학과 남권희 교수에 따르면 류코쿠대학이 소장한 금사경은 고려 충렬왕 10년(1284년)에 충렬왕과 제국대장공주가 함께 발원해 만들어진 것이다.
사경의 크기는 가로 600.1㎝, 세로 29.6㎝이다.
남 교수는 "국왕 발원 사경은 원나라의 간섭기 때 많이 만들어졌는데 사경 전문 승려나 여러 기관에서 뽑힌 글씨 잘 쓰는 사람이 써 그 정교함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이 금사경의 표지는 거의 완벽한 상태로 남아 있는데 뒷면에는 충렬왕의 휘인 '춘'(貝+春)자가 붉은색으로 쓰여 있고 제국대왕공주의 파스파문자(원나라 문자) 인장이 찍혀 있다.
국왕의 친필 서명과 왕비의 인장이 담겨 있는 금사경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남 교수는 "이 금사경은 충렬왕과 제국대왕공주가 직접 관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 금사경은 백천인다라니경, 장엄왕다라니주경, 향왕보살다라니주경 등 4종이 합본된 형식이다.
부처의 설법에서부터 부처를 공경하면 여러 이익이 있다는 것, 금전과 재물을 쌓아두지 말고 반드시 가난한 사람들을 구제하는 데 쓰라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이 금사경에 적힌 불경은 최정(崔楨)이란 인물이 베껴 쓴 것으로 확인되지만 그가 누구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남 교수는 "사료에서는 최정이란 인물이 확인되지 않는다"며 "글씨를 잘 써 사경 작업에 동원된 하위 직급의 인물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남 교수는 지난달 27일 청주고인쇄박물관에서 열린 한국서지학회 주최 춘계학술발표대회 때 '1284년 고려국왕 발원의 금자사경(金字寫經) 연구' 제목으로 이 내용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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