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인가 풍경인가…추상화로 표현한 현대사회

입력 2018-05-19 06:50  

얼굴인가 풍경인가…추상화로 표현한 현대사회
아라리오뮤지엄서 구지윤 개인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화가 구지윤(36)은 2009년 미국 뉴욕과 시카고, 서울을 오갔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대도시 거리를 거닐 때마다 공사장이 눈에 띄었다. 눈길이 닿으면 마음도 끌리는 법, 쉼 없이 건물을 허물고 짓는 공사장에 자연스레 관심이 생겼다.
"공사장은 시작도 끝도 아닌 진행 중인 공간이에요. 제 그림도 비슷한 것 같아요. 물감으로 칠하고 스펀지나 키친타월로 닦아내고, 그 위에 다시 칠하는 작업을 반복하거든요."
서울 종로구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에서 지난 18일 만난 작가는 캔버스를 커다란 팔레트 삼아 그림을 그린다고 털어놨다. 팔레트에서 물감을 섞어 원하는 색을 만든 뒤 칠하지 않고, 캔버스 위에서 펼쳐지는 색의 향연을 즐긴다는 것이다.



이날 개막한 구지윤 개인전 '보라색 소음'(Purple Noise)에는 이렇게 그린 추상화 16점이 걸렸다. 공사장에서 제작 기법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면, 소재는 현대사회의 다양한 단면에서 가져왔다. 네온 불빛으로 환한 밤거리, 기후변화, 스마트폰을 마주한 사람이 캔버스에 녹아들었다.
전시 제목과 동명인 작품도 홍콩 여행 중에 우연히 접한 풍경이 소재가 됐다. 작가는 "밤에도 불빛이 꺼지지 않고 소음이 끊이지 않는 모습이 부피와 무게가 있는 거대한 보라색 덩어리로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보라색 소음은 본래 숙면에 도움을 주는 소리라고 하는데, 작가는 반대로 불안하고 부산스러운 대도시 풍경을 표현하는 데 이 용어를 썼다.
연작 '얼굴-풍경'도 소재는 현대사회. 얼굴 같기도 하고, 풍경처럼 보이기도 하는 그림에는 빠른 속도로 변하는 사회를 따라잡지 못해 마음 졸이고 고독감을 느끼는 현대인의 일면을 담았다.
작가는 "눈, 코, 입을 구체적으로 묘사하지는 않았지만, 얼굴 형상이 살짝 들어가 있다"며 "전자기기에 반사된 무표정한 얼굴, 턱을 괸 사람을 그린 것도 있다"고 말했다.
전시는 8월 19일까지. 월요일 휴관, 관람료는 성인 1만원.
psh5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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