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루서도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 투혼…'간절함'으로 호랑이 사냥 선봉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외야수 김규민(25)은 주전 선수의 줄부상에도 성적을 유지하는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의 '잇몸 야구'를 상징하는 선수다.
휘문고를 졸업하고 2012년 넥센에 입단한 뒤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친 그는 올해 본격적으로 기량을 꽃피우고 있다.
15경기에 출전한 김규민은 타율 0.390(59타수 23안타), 1홈런, 12타점을 올렸다.
17일 고척 KIA 타이거즈전에는 1번 타자로 출전해 4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김규민의 활약상 중 백미는 7회말이었다.
3-2로 불안한 리드를 지키던 7회말 1사 1, 3루에서 타석에 등장한 김규민은 KIA 선발 팻딘의 초구를 때려 우익수 앞 안타로 추가점을 냈다.
뒤이어 임병욱의 2루타 때는 1루에서 홈까지 파고들어 6-2로 달아나는 득점을 올렸다.
이때 김규민은 조재영 3루 주루코치의 '스톱' 사인을 보고도 계속 달렸다.
포수의 태그를 피하는 절묘한 슬라이딩으로 득점에는 성공했지만, 조금만 늦었다면 아웃될 수도 있었다.
장정석 넥센 감독은 18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리는 삼성 라이온즈전을 앞두고 "혹시라도 아웃되면 흐름이 끊길 상황"이었다며 "주루코치가 막은 건 올바른 판단이었다. 결과는 세이프지만, 멈추는 게 옳았다"고 지적했다.
선수가 코치의 사인을 어기면 때에 따라 팀이 벌금을 매기기도 한다.
장 감독은 "주루코치 말로는 김규민이 타구가 펜스까지 굴러갈 거라고 판단해 2루를 지날 때 홈까지 뛰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 같았다고 하더라"면서 "따로 벌금을 내라고 하진 않을 것"이라며 웃었다.
훈련이 끝난 뒤 만난 김규민은 "사실 (1루와 3루) 양쪽 코치님한테 다 혼났다"고 털어놨다.
'신호 위반'으로 3루 코치에게 혼난 것은 물론이고, 송지만 1루 코치에게도 지적을 받았다는 것이다.
송 코치에게 혼난 이유는 1루에서 무리하게 슬라이딩해서다.
김규민은 5회말 타석에서 유격수 앞 땅볼을 친 뒤 1루에서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했다.
안타 하나가 간절한 선수는 1루에서 본능적으로 몸을 던지지만, 이는 자칫하면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규민은 "앞 타석에서 팻딘의 슬라이더에 삼진 먹은 게 너무 화가 났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슬라이딩을 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1군에서의 모든 타석과 경기가 소중한 김규민의 투쟁심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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