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운동화 끈 하나 묶지 못하고 낯을 많이 가리던 아들이 군대에서 잘 적응하고 밝은 성격으로 바뀐 것도 매우 놀라운데, 군부대가 검정고시까지 합격하도록 도와줘 고맙다."
학창시절 그림만 그리고 내성적이던 아들이 다니던 고등학교를 자퇴할 때 부모로서 너무나도 가슴이 아팠다는 육군 31보병사단 박모 일병의 어머니는 군에서 마련한 아들의 명예졸업식장에서 아들과 함께 눈물을 흘렸다.
31사단은 군대라는 제한된 여건 속에서도 꿈을 향한 도전과 열정으로 고등학교 과정 검정고시에 합격한 11명의 장병을 대상으로 '제4회 충장고 명예졸업식'을 18일 거행했다.
31사단 사령부에서 열린 이 날 졸업식에는 장병들의 부모·아내·친척·여자친구 등과 부대 간부·학습 도우미 장병들이 참석해 검정고시 합격 장병들을 축하했다.
집안 형편이나 여러 가지 개인적 사유로 고등학교를 마치지 못한 채 군에 입대한 장병들은 입대 후 자신들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고등학교 검정고시에 응시해 당당히 합격이라는 목표를 달성했다.
31사단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장병들이 전역 후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 주기 위해 검정고시 지원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이를 돕고 있다.
그 결과 올해 검정고시에서 11명의 장병이 합격하는 성과를 거뒀다.
31사단은 검정고시에 합격한 장병에게 성취감과 자부심을 주고,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장병에게는 '나도 할 수 있다'는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졸업식을 마련하고 부대 명칭인 '충장'을 따 '충장고 졸업식'을 열고 있다.
검정고시 합격 장병에게 소속부대는 '모교'가 되는 셈이다.
졸업생 A(21) 일병은 "길 가는 학생들을 볼 때마다 '교복 입고 학교에 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꿈을 이루게 됐다"며 "검정고시 합격이 종착점이 아닌 새로운 출발점이라 생각하고 꿈을 향해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31사단은 검정고시 지원사업 등을 통해 군에 온 젊은이들에게 디딤돌 같은 역할을 하겠다는 구상이다.
교장을 맡아 졸업식을 주관한 권삼 31사단장은 "군에 온 젊은이들이 당당히 살아갈 수 있는 인생 역전의 장을 마련해주고 싶다"며 "우리 장병들이 부대 바깥으로 나선 이후에도 이 나라와 사회를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는 누군가의 본보기가 돼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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