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함 호소…"피해자 행세한 택시 기사 고소할 예정"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20대 한국 남성이 요금 시비 끝에 여성 택시 운전사를 폭행했다고 현지 언론에 최근 일제히 보도된 사건이 실상과는 사뭇 다른 것으로 드러나 반전을 맞고 있다.
한국 남성 김모(26)씨는 17일(현지시간) 주이탈리아 한국대사관에 전화를 걸어와 "사건 당시 택시기사에게 일방적으로 먼저 맞았고, 아내와 어린 아들을 또 다른 폭행으로부터 막기 위한 방어 차원에서 기사를 손바닥으로 밀쳤을 뿐"이라며 "택시 기사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유학생 신분인 김 씨는 지난 13일 밤 피렌체 시내에서 가족과 함께 택시를 타고 집에 돌아가다가 사건에 휘말렸다.
현지 언론은 이 남성이 피렌체 시내 남쪽에 위치한 목적지에 도달했을 때 요금이 너무 높게 나왔다고 항의하며 돈을 못주겠다고 언쟁을 벌이다 택시 기사에게 침을 뱉고, 때렸다고 전했었다.
하지만, 김 씨는 "목적지에 다 와서 내리려 할 때, 바로 직전 20유로 대 초반이던 요금이 갑자기 30 유로대 후반으로 바뀌어 있어서 그 이유를 묻자 택시 기사가 행패를 부리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목적지가 피렌체 시내를 벗어나 시외 요금을 받은 것이라고 말한 기사의 주장에 자주 이 길을 택시를 타고 다닌 김 씨가 반박하자 여성 기사는 다짜고짜 김씨와 가족들을 비 내리는 밖으로 내리게 한 뒤 자신도 하차했다고 한다.
김 씨는 "돈을 안낸다고 한 일도 없고, 기사에게 침을 뱉지도 않았다"며 "기사가 이탈리아어로 계속 고성을 지르며 트렁크에 실린 유모차를 안 돌려주려 해 항의하자 그가 갑자기 발로 내 허벅지를 걷어찼고, 너무 아파 그 자리에 쓰러졌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동네 사람들이 모여 들어 상황을 지켜보기 시작했지만, 기사의 난동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급기야 '더러운 동양인들은 꺼져'라는 원색적 인종차별적 발언까지 입에 담으며 김 씨의 아내와 아기를 향해 다가갔고, 김 씨는 본능적으로 가족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에 손바닥으로 그를 밀쳤다고 한다.
택시 기사는 그 길로 피해자 행사를 하며 앰뷸란스를 불러 인근 병원 응급실로 갔고, 7일의 치료를 요한다는 진단서를 받았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목격자들과 김 씨의 진술을 청취한 뒤 김 씨의 잘못이 없다고 판단해 입건조차 하지 않았으나, 현지 언론이 택시 기사의 말을 토대로 기사를 쓴 탓에 피렌체에서는 이 사건이 한국 남성이 연약한 여성택시 기사를 폭행한 것으로 둔갑했다.
택시 기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위협하는 남성 승객을 쫓기 위해 발로 차는 시늉을 했을 뿐, 닿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유학온 지 1년 정도 됐다는 김 씨는 "택시 기사를 고소해 합당한 처벌을 받게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편, 주이탈리아 한국대사관의 김용갑 영사는 "경찰이 현장에 출동하고도 김 씨를 연행조차 하지 않은 것은 김 씨에게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우리 국민이 이탈리아 택시에서 봉변을 당했다는 신고가 종종 들어오고 있으니 각별히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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