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유럽, 난민 귀국 원하면 시리아 경제 재건사업 지원해야"
메르켈 "러-독 연결 가스관 완공돼도 우크라 경유 가스공급 계속돼야"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러시아를 방문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회담하고 이란 핵 합의, 시리아 분쟁, 우크라이나 내전 등의 국제현안과 양국 협력 방안을 두루 논의했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남부 휴양도시 소치에서 회동한 푸틴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는 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결과를 소개했다.
푸틴은 "국제현안과 관련한 이견에도 불구하고 양국이 접촉을 계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고, 메르켈 총리는 "독일은 러시아와의 좋은 관계에 전략적 이해를 갖고 있다"고 화답했다.
푸틴은 먼저 미국의 이란 핵합의 탈퇴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으나 상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란 핵합의 참여국인 러시아와 독일은 모두 미국의 탈퇴에도 불구하고 합의가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푸틴은 이어 "시리아 위기에 대해서도 논의했고 양국이 함께 (시리아 평화정착) 정치 과정과 인도주의 지원 제공을 통한 상황 안정화 등에 기여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공감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시리아 출신 난민들이 자기 나라로 되돌아가길 원한다면 유럽국가들이 시리아 재건 사업을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럽연합(EU)은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정치권력을 야권과 나눠 갖지 않으면 시리아 재건 사업에 자금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양국 정상은 정부군과 분리주의 반군이 대치 중인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휴전감시 임무를 수행 중인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감시단을 보호할 유엔군 파견 문제를 검토하도록 양국 외무부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양국 연결 가스관 '북부 스트림-2' 건설 문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지난 2015년부터 러시아 북부에서 발트해를 거쳐 독일로 직접 연결되는 '북부 스트림' 가스관의 수송 용량을 확장하기 위한 '북부 스트림-2' 가스관 건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2개 라인인 북부 스트림 가스관에 2개 라인을 추가로 신설해 연 550억㎥인 가스관의 용량을 두 배로 늘리려는 것이다.
푸틴은 북부 스트림 가스관이 갈등 관계에 있는 우크라이나 경유 가스관을 대체하기 위한 것이란 서방 우려와 관련 "우리는 항상 이 프로젝트(북부 스트림-2 건설)를 전적으로 경제적인 프로젝트로 간주해왔으며 정치 상황과 별개로 취급해 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북부 스트림-2 개통 이후에도 우크라이나 경유 가스관 중단은 고려되지 않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가스관이 경제성을 입증하는 한 이를 통한 가스공급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부 스트림-2 가스관 건설 사업은 정치와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전적으로 상업 프로젝트"라고 역설했다.
메르켈도 "북부 스트림-2 가스관 가동 이후에도 우크라이나 경유 가스 공급은 유지돼야 한다"면서 "이는 전략적 의미를 가지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보증 등의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친서방 노선을 걷고 있는 옛 소련 국가 우크라이나와 심각한 갈등 관계에 있는 러시아는 장기적으로 유럽으로의 가스 수출에 이용해온 우크라이나 경유 가스관을 폐쇄하고 대신 러시아 북부에서 발트해를 거쳐 독일로 직접 연결되는 북부 스트림 가스관과, 러시아 남부에서 흑해 해저를 관통해 터키로 연결되는 '터키 스트림' 가스관을 통해 유럽으로 가스를 수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부 스트림 가스관을 확장하는 북부 스트림-2 가스관과 터키 스트림 가스관 부설 공사는 이르면 내년 말께 완공될 예정이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회견에서 지난 3월 영국 솔즈베리에서 신경작용제 '노비촉'에 중독돼 쓰러진 전직 러시아 이중스파이 출신 세르게이 스크리팔이 건강을 회복해 이날 병원에서 퇴원했다는 소식에 대해 "스크리팔이 퇴원한 것이 기쁘며 그의 건강을 기원한다"고 밝혔다.'
푸틴은 그러면서 무기급 화학물질에 중독됐다면 스크리팔은 사망했을 것이라며 그의 암살 시도 배후가 러시아라는 서방 주장을 에둘러 반박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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