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국회가 판단할 문제"…민주 "靑 철회할 이유 없어"
野 표결 불참이나 반대 표결 시 '호헌' 이미지 부담
정의장, 24일 본회의 상정 의지…차기 의장 선출은 변수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서혜림 기자 = 당청이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해 표결하는 쪽으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는 비록 여야 합의 실패로 개헌이 무산된 것은 기정사실이지만, 공들여 만든 개헌안을 헌법에 따라 의결해 '나라다운 나라'를 위한 개헌 노력을 매듭짓는 것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이 우리 사회 미래에 대한 국정철학을 녹인 것이 이번 개헌안인데, 국회가 심사하지 않았다고 해서 철회하는 수순을 밟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는 예비적 심사(상정)든 본안 심사(표결)든 대통령 개헌안에 대한 국회의 입장을 받아보고 싶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한국 헌법은 '국회는 헌법개정안이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의결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에 따른 대통령 개헌안의 의결 시한은 오는 24일이다.
청와대는 공식적으로 개헌안 철회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제가 개정한 헌법개정안에 대해서는 남북정상회담 후 심사숙고해 결정하겠다"고 밝혔고,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난 18일 취재진에게 "한미·북미정상회담이 긴박하게 돌아가 개헌안을 논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내부적으로 대통령 개헌안 처리의 공을 이미 국회로 넘긴 만큼 표결 여부도 국회가 알아서 판단하고 결정해야 할 문제로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시로 정무적 판단을 상호 확인하는 당청이 청와대의 개헌안 철회 불가 입장과 민주당의 표결 참여 입장에 대해 물밑에서 이미 교감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정세균 국회의장은 대통령이 개헌안을 철회하지 않으면 본회의에 상정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 확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관계자는 통화에서 "60일 이내 의결은 헌법상 강제규정"이라며 "국회의장이 퇴임을 앞두고 국회 의무를 저버린 채 위헌적인 행위를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정 의장이 오는 24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대통령 개헌안을 상정하더라도 가결될 가능성은 없다. 개헌 의결 정족수인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192명 이상)의 찬성을 이끌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야당 의원들이 단체로 본회의에 불참할 경우 표결 불성립에 따른 부결 간주로 개헌안이 그대로 폐기될 수도 있다.
당청은 대통령 개헌안을 시한에 맞춰 의결하는 것이 곧 헌법을 지키는 것이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내심 국회에서 대통령 개헌안이 무산되는 장면이 가져올 정치적 효과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그동안 대야 개헌 협상에서 30년 전 9차 개헌 당시의 '개헌 대 호헌' 프레임을 차용했던 민주당은 '촛불 혁명' 이후 이어온 개헌 로드맵의 피날레가 6·13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도 염두에 둘 수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국회, 특히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개헌을 오로지 정치공학적 시각으로만 판단하다가 국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도록 한 대표적 사례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관계자는 "야당이 표결에 참여해서 반대표를 던지면 민심을 이반한 '호헌' 세력으로 비춰질 수 있다"며 "야당 불참으로 표결이 불성립해도 야당이 사실상 개헌에 반대한 것으로 보이는 정치적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20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 선출 시한도 24일이라는 점은 변수다. 일부 야당이 민주당 문희상 후보의 당연 선출에 반대하고 있어 같은 날 대통령 개헌안 표결을 강행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우선 다음 본회의에서 드루킹 특검법안과 추가경정예선안 동시 처리를 마무리한 직후 대통령 개헌안 표결에 대한 입장을 공식화할 전망이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헌법에서 규정한 절차에 따라 제출된 대통령 개헌안을 국회가 철회하라고 할 수는 없고, 청와대도 철회할 이유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24일 본회의 처리가 불가피하다"고 거듭 확인하면서도 "최종적으로 결정하지는 않았다"고 말을 아꼈다.
hanj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