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성공회 리더 커리 주교 "사랑이 가진 세상 변화시키는 힘 믿어야"
흑인민권운동 상징 루서 킹 목사 인용…흑인노예의 아픔도 언급
WP에디터 "미국 흑인문화에 대한 찬사" 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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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사랑이 가진 구원의 힘,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을 믿으십시오."
19일(현지시간) 영국 해리 왕자와 미국 여배우 출신의 메건 마클의 결혼식에 참석한 하객들은 미국의 민권 운동의 전통에 선 흑인 성공회 주교의 감정에 호소하는 연설에 조금은 낯설어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사랑이 가진 힘에 관한 정열적인 설교와 흑인 기독교전통이 짙게 우러난 분위기는 다소 딱딱한 정통 성공회 스타일의 설교에 익숙했던 영국인들의 가슴을 깊이 파고들었다.
흑백혼혈인 미국 출신 할리우드 여배우를 왕세손빈으로 맞은 영국의 변화상을 세계에 여실히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결혼식 설교를 맡은 성공회 사제는 흑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미국 성공회(영국국교회) 주교에 오른 마이클 커리(65) 신부.
그는 미국 흑인민권운동의 상징인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사랑과 구원에 관한 말을 인용하며 설교를 시작했다.
"사랑의 힘, 사랑이 가진 구원의 힘을 발견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낡은 세상을 새로운 세상으로 만들 수 있다. 사랑이 바로 그 유일한 길"이라고 커리 주교는 강조했다.
이어 그는 "다른 어떤 것이 하지 못하는 일을 사랑은 해낸다. 사랑의 힘을 과소평가하지 말라"면서 강하고 에너지 넘치는 어조로 사랑의 힘을 거듭 찬양했다.
커리 주교는 미국에서 동성애자 보호와 흑인 인권 증진에 목소리를 높여온 성공회 사제다.
이날 설교에서는 과거 미국의 흑인 노예들이 부르던 노래인 영가(소울)의 치유의 힘을 언급하는 등 기존 성공회 사제의 연설과는 결이 다른 미국적이면서도 흑인 기독교 전통에 기반을 둔 확실한 색깔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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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설교는 결혼식 주례를 맡은 영국 성공회 수장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의 공식적이고 엄숙한 진행과도 매우 상반된 분위기였다.
커리 주교는 해리 왕자와 신부인 메건 마클의 부탁으로 결혼 설교를 위해 시카고에서 날아왔다. 마클은 어머니가 흑인이고 아버지는 백인인 흑백 혼혈이다.
커리 주교의 연설이 끝난 뒤에는 흑인 위주로 편성된 합창단이 미국 소울 음악의 스탠더드 격인 '스탠드 바이 미'(Stand by me)를 불러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생방송 화면에 잡힌 일부 VIP 하객은 조금 낯설어하는 듯한 표정도 있었고, 성당 밖에서 생방송을 지켜본 시민 중에 "설교가 너무 길다"며 불편해하는 이도 있었지만, 온라인에서는 커리 주교의 연설에 대한 찬사가 주를 이뤘다.
영국의 저명한 방송 진행자인 피어스 모건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에 커리 주교의 사진을 올리고 "나의 새로운 영웅"이라고 적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의 글로벌오피니언 에디터인 카렌 아티아도 트위터에 이번 결혼식을 "미국 흑인문화에 대한 공개적인 찬사"이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의 케이티 로스먼 기자도 트위터에서 "영국 왕실 결혼식 제단에서 마틴 루서 킹을 인용하다니, 커리 주교의 연설은 매우 미국적이고 활기차며 열정적이었다. 너무 좋았다"고 호평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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