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새 통화가치 5.6% 추락…2013년 긴축 발작보다 취약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신흥국의 통화위기가 각국의 긴급 처방에도 한 달 넘게 이어지면서 사태가 장기화할 것이란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2013년 긴축 발작(taper tantrum) 때보다 미국발 충격파가 절반 수준인데도 신흥국 통화가치의 하락 폭은 당시보다 커졌다는 점에서 이번이 더 위험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경고음이 나왔다.
20일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JP모건의 신흥시장 통화지수(EMCI)는 지난 18일 66.17로 마감해 신흥국 통화위기가 불거진 지난 4월 16일 이후 한 달여 만에 5.6% 떨어졌다.
이는 작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2013년 5월 긴축 발작 당시에도 EMCI가 85 밑으로는 떨어지지 않았던 데다 한 달여에 걸친 하락 폭(5월 22일∼6월 22일)도 4.1%를 보인 것과 비교하면 이번 위기엔 신흥국이 더 크게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이번 통화위기가 2013년보다 더 위험해질 수도 있다고 국제금융협회(IIF)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로빈 브룩스는 진단했다.
그는 "올해 글로벌 금리 상승 폭이 2013년 당시보다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이번 위기의 기저에 깔린 충격은 작아진 것인데도 수많은 신흥시장 통화가 2013년보다 훨씬 더 약해졌다"면서 "이는 글로벌 금리에 대한 취약성이 높아졌다는 신호라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사태의 진앙인 아르헨티나의 통화가치 폭락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며, 중남미를 넘어 아시아, 아프리카로 광범위한 구조적 위기가 퍼질 수 있다고 브룩스는 경고했다.
그는 아르헨티나 사태가 "앞으로 닥칠 일들의 전조 현상"이라고 지목하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탓에 여러 시장에서 달러화 이탈, 자금 조달 비용 증가 등이 나타날 것으로 우려했다.
신용 평가사 무디스도 "많은 나라가 레버리지 관리에 실패하면서 부채가 사상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면서 "심각한 돌발 리스크가 떠오르고 있는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아시아에서 빠져나간 자금이 이미 2013년 긴축 발작 당시의 절반에 이르렀다고 무디스는 덧붙였다.
경제 분석 업체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도 비슷한 관측을 내놨다.
이 업체는 17일자 보고서에서 미국의 금리 인상, 달러화 부채 비율 등을 고려했을 때 신흥국 중 가장 취약한 나라로 터키, 브라질, 칠레를 꼽았으며, 이들 3개국을 포함한 위험군에는 말레이시아, 남아프리카 등을 추가했다.
보고서는 특히 "미국이 금리를 1%포인트 올릴 때마다 신흥국 대부분에서 채무상환 부담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0.1%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그중에서도 터키와 칠레는 각각 0.2%, 말레이시아는 0.3%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됐다"고 분석했다.
신흥국 자금 이탈도 여전하다.
이머징마켓포트폴리오리서치(EPFR) 데이터에 따르면 이달 10∼16일 일주일간 신흥국 채권 시장에서는 13억 달러(1조4천억 원)의 자금이 이탈해 4주 연속 순 유출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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