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투자펀드 등 참여 유도…'중국 제조 2025'에 대한 반감 고려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이 첨단산업 진흥정책인 '중국 제조 2025'에 외국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0일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SCMP에 "중국도 외국의 기술 협력과 지원 없이 '중국 제조 2025'의 성공을 꾀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잘 알고 있으며, 이에 미국의 우려를 해소하고자 노력을 펼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2025년까지 핵심 부품과 소재에서 국산화율을 7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 아래 공격적인 첨단산업 진흥책을 펴고 있다. 휴대전화 칩은 40%, 산업용 로봇은 80%, 신재생에너지 설비 핵심 부품은 80%의 국산화율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미국은 중국이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외국 기업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하고 기술 이전을 강요한다며 강력하게 비난하고 있다.
이러한 반발을 무마하고자 중국 정부는 반도체 육성 펀드에 외국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 전직 통상 관료는 전했다.
중국은 2014년 반도체 산업의 진흥을 위해 공업정보화부와 재정부 소관의 국유펀드인 '국가 직접회로산업 투자펀드'를 결성했으며, 당시 1차로 1천387억 위안(약 24조원)의 자금을 모집했다.
나아가 2차로 2천억 위안(약 34조원) 규모의 자금을 추가 모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전직 관료는 "이러한 펀드에 투자하는 외국 기업은 중국 기술산업의 발전에서 혜택을 볼 수 있으며, 관련 기업 주주의 지위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미국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중앙은 물론 지방 정부까지 적극적으로 나서 외국 기업의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고, 기술 이전 강요를 막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핵심 경제과제로 설정한 '중국 제조 2025' 자체를 포기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영국 런던대학 정징한 교수는 "중국이 겉으로는 미국의 요구에 반응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중국 제조 2025'의 핵심 요소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실현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전문가인 아서 크로버는 "시 주석은 더욱 강력하고 자주적인 중국을 만들길 원하는 국민의 요구를 잘 알고 있다"며 "그는 미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민족주의적인 정서에 부응해 첨단산업 진흥책을 밀어붙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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