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예상 깬 '몰카수사 규탄' 집회…"바뀌지 않는 사회 경고"

입력 2018-05-20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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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예상 깬 '몰카수사 규탄' 집회…"바뀌지 않는 사회 경고"
경찰 추산 10배 넘어 운집…'여성 단일의제 집회로는 최대규모' 평가
"미투로도 변화하지 않는 사회, 여성들의 분노 반영" 분석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홍익대 몰카 사건' 수사가 성(性)에 편파적이었다는 점을 규탄하기 위해 19일 거리에 모여든 여성들의 집회는 경찰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규모로 진행됐다.
20일 경찰과 포털사이트 다음 '불법촬영 성(性) 편파수사 규탄 시위' 카페에 따르면 전날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일대에는 1만 명이 넘는 여성이 운집했다.
경찰 측은 애초 많아야 1천 명을 못 넘길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후 1만 명이 모인 것으로 추산했다. 카페는 자체적으로 1만2천여 명이 모인 것으로 파악했다.
이처럼 많은 참가자가 모인 것은 단지 몰카 사건 수사의 문제점을 공론화하겠다는 의지가 컸다기보다는 우리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인식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는 문제의식이 큰 공감을 불러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번 집회는 '여성'이라는 단일의제로 국내에서 열린 사상 최대규모 집회로 알려졌다. 최근 여성 집회 참가자들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지난 3월 열린 미투 집회는 2천 명(경찰 추산 1천500명), 강남역 살인사건 관련 집회는 2천500명(경찰 추산 1천 명) 수준이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홍대 몰카 사건의 피해자가 남성이어서 경찰이 이례적으로 강경한 수사를 한다고 반발하며 시위에 나섰다.
참가자들은 빨간 옷을 입고 마스크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린 채 "남자만 국민이냐 여자도 국민이다", "동일범죄 저질러도 남자만 무죄판결", "워마드는 압수수색, 소라넷은 17년 방관" 등의 구호를 외쳤다. 경찰 수사에 대한 불신과 여성에 대한 차별을 공론화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특히 이번 집회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우리 사회에 크게 확산한 이후에도 여성 차별이 개선되지 않는 사회에 대한 분노가 응집된 현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불법 촬영(몰카) 때문에 지금까지 수많은 여성이 피해를 봤다"며 "피해자 일부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고, 흔적을 지우기 위해 많은 돈을 들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윤김지영 교수는 "불법 촬영물로 죽은 여성의 영상을 '유작'이라고까지 표현하며 소비하는데도 그동안 사법기관은 방관했다"며 "그러다 이번에 여성이 '찍는 자'가 되니 마치 몰카 범죄가 처음 생긴 것처럼 다른 잣대를 들이댔다"고 꼬집었다.
그는 "미투 운동이 있었을 때만 해도 폭로를 통해 사법 체계나 일상을 바꿀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이번 홍대 몰카 수사는 그런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행동이었다"며 "여성이 가해자가 되면 국가가 전혀 다른 대응을 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더욱 여성의 분노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이번 몰카 수사를 계기로 결집한 여론은 일회성 행사를 끌어내는 데 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카페에서도 '2차 시위 관련 공지' 글이 올라왔고, 지방에 사는 것으로 보이는 한 여성은 지방에서의 시위 계획을 묻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so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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