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 뜻 모은 국회 시간표 거듭 어기며 합의 무게감 스스로 낮춰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 여야가 또 다시 합의를 어겼다.
지난 18일 본회의를 열어 드루킹 특검법과 추가경정예산을 동시에 처리하기로 한 애초 합의가 물 건너간 것은 물론이고, 19일 본회의 약속도 반나절만에 휴지조각이 됐다.
여야는 21일 오전 국회 본회의를 열어 특검법안과 추가경정예산안을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지만, 국회 파행이 50일 가까이 지속되는데도 합의마저 번번이 지키지 못했다는 점에서 정치력 부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선 이번 사태가 이미 초기 협상 단계부터 배태된 부실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 입장에선 단식까지 불사한 드루킹 특검을 반드시 관철시켜야 했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으로선 추경을 이번 임시국회까지는 처리해야 했다는 점에서, 큰 틀의 협상은 예상보다 진통을 겪지 않고 성사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장기간 국회 파행으로 코너에 몰린 여야가 합의에만 급급한 채 14일 협상 타결 후 나흘 만에 특검 협상과 추경 심사를 마무리하기로 도장을 찍으면서, 모든 쟁점을 뒤로 넘긴 게 오히려 화근이었다.
당장 5·18 민주화운동 기념 당일인 지난 18일 애초 약속한 본회의 시한에 임박해서까지 여야가 구체적 특검 내용을 놓고 대립하며 본회의가 무산됐고, 특검 범위와 기한 등이 합의된 후에도 3조9천억원 규모의 추경 심사에 무더기 쟁점을 남겨놓아 19일 본회의가 다시 한 번 연기되는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예결위는 20일 현재 심사 절차를 사실상 마무리했지만, 졸속 심사 비판을 피해가기 어려울 전망이다.
여야는 국회 본회의 개의 시점을 다시 21일 오전 10시로 미뤄놓은 상태다.
표면적으로는 여야가 절실히 필요한 특검법과 추경을 나눠갖고 서로를 압박해 합의를 이끈 형국이지만, 양쪽 모두 세부 협상 앞에서는 양보는 하지 않은 채 상대를 압박하는 강수만 거듭 두며 파행을 자초한 셈이다.
여야는 마지막까지 '네 탓 공방'만을 벌였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야당은 추경안이 여당의 지방공약 일부를 위한 것이라는 이유로 감액을 주장했지만, 납득할 수 없었다"며 "추경 심사 절차가 완료되지 않으면 내일(21일) 오전 10시로 예정된 본회의도 열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야당의 최소한의 삭감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고, 추경안과 특검을 바꿔치기하려고 하고 있다"며 "국민의 혈세를 아끼자는 한국당의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jesus786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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