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 "1년 내내 기다리는 대회다."
20번 도전 끝에 마침내 국내 무대 우승이라는 숙제를 푼 '골프여제' 박인비(30)는 US여자오픈과 한국여자오픈을 정조준했다.
20일 강원도 춘천시 라데나 골프클럽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결승에서 김아림(23)을 꺾고 우승한 박인비는 "앞으로 두 차례 연속 내셔널타이틀 대회에 출전한다. US여자오픈과 한국여자오픈은 1년 내내 기다리는 대회"라고 말했다.
오는 25일 미국으로 떠나는 박인비는 31일부터 나흘 동안 US여자오픈을 치르고 다음달 5일 다시 귀국해 6월 14일부터 한국여자오픈에 출전한다.
박인비는 "그동안 퍼팅이 고민이었는데 이번 대회에서 퍼트가 너무 잘 돼서 자신감을 얻었다"면서 "US여자오픈 그린보다 더 빠른 그린에서 퍼팅 감각을 되찾았다"고 밝혔다.
새로 사용한 퍼터에 만족감도 피력했다. 박인비는 이번 대회에서 평소 쓰던 말렛형이 아니라 블레이드형 퍼터를 새로 손에 쥐었다.
"남편(남기협 코치)이 블레이드형을 워낙 강력하게 권했다"는 박인비는 "당분간 이 퍼터를 써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11년 동안 19차례 국내 대회에서 한 번도 우승하지 못한 악연을 끊은 박인비는 "내 이력에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 대회 우승을 꼭 넣고 싶었다"고 털어놓고 "징크스 아닌 징크스가 되는 것 같아 올해는 꼭 우승하려 했다. 잡힐 듯 잡힐 듯하던 우승이 이렇게 매치 플레이에서 이뤄서 믿기지 않는다"고 기뻐했다.
올해는 LPGA투어 대회 출전을 줄여 가능하면 좋은 컨디션으로 국내 대회에 출전하려 했다는 박인비는 "작년에는 7라운드 가니 다리가 후들거리더라. 올해는 미리 귀국해서 충분히 쉬면서 준비를 해서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출전 대회 수를 줄인 것도 한국 대회도 대비한 것이지만 몸 관리 차원이기도 하다고 박인비는 밝혔다.
"젊다고 할 수 없는 나이다. 체력에 자신 있었는데 몸으로는 느끼지 못하지만 그게 축적이 되는 것 같다. 그래서 부상도 온 듯하다"는 박인비는 "세계랭킹 1위가 된 뒤에는 경쟁 선수들이 대회에 출전할 때 불안하기도 하지만 무리하지는 않겠다"고 못 박았다.
박인비는 결승에서 만남 김아림의 장타력과 배짱을 칭찬했다.
"워낙 장타여서 웨지로 그린을 공략해서 부러웠다. 나는 도저히 세울 수 없었던 그린에서도 공을 세우더라"면서 "배짱까지 두둑한 데다 오늘을 퍼트까지 좋아서 쉽지 않았다. 훌륭한 후배가 자꾸 나와서 뿌듯하다"고 평가했다.
박인비는 "장타가 부럽기는 하지만 공이 홀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끝나는 게 아니다. 내가 먼저 긴 퍼트에 성공할 수 있으니까…"라며 장타자라도 두려워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박인비는 이번 대회 우승 상품으로 받은 굴삭기를 경북 영주에 있는 부친 농장에서 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인비는 "큰 의미가 있는 상품이라서 팔아서는 안 될 듯싶다"며 웃었다.
kh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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