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통화로 확인한 '북미회담 성공'에 머리 맞댈 듯
北 강경태도 진의 파악하며 '보상 방안' 구체화할 가능성 대두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의 갈림길이 될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다각도로 대미·대남 압박의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미국 방문길에 오른다.
취임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다섯 번째 만남이자 네 번째 정상회담에 임하는 문 대통령의 머릿속은 복잡하기만 하다.
지금껏 비핵화 낙관론을 지속해서 확산시킬 정도로 전향적 태도를 보여온 북한이 최근 들어 갑자기 강경 자세를 나타내고 있어서다.
그 탓에 순항하던 여정에 굴곡이 생기며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문 대통령 어깨에 지워진 짐의 무게는 어느 때보다 무거워 보인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최대 이슈가 비핵화의 구체적 방법론을 둘러싼 북미 간 의견의 접점을 찾게 하는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남북 정상이 판문점선언에서 공동 목표로 확인한 '완전한 비핵화 실현'은 미국이 요구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 근접한 것이라는 평가가 중론이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에게 주어진 중재 역할의 핵심은 비핵화 방법론에 관한 견해차를 좁히는 것이다.
문제는 최근 며칠 사이에 보인 북한의 언행이 새로운 변수가 됐다는 점이다.
북한은 '선(先) 핵포기·후(後) 보상'을 골자로 한 '리비아식 해법'을 거론해 온 미국을 향해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담화 등으로 북미정상회담의 취소까지 고려할 수 있다는 으름장을 놨다.
한미연합훈련과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 발언을 비난한 데 이어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고 탈북 종업원 송환까지 요구하는 등 남측을 향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는 모습이다.
이러한 변수의 등장에도 청와대는 결국에는 북미의 비핵화 합의를 끌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비치고 있다.
일단 북한의 최근 태도가 현재까지 진전된 비핵화의 전체 '판'을 엎으려는 의도는 아닐 것이라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한미정상회담과 다음 달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발언권을 키우는 동시에 비핵화 협상 테이블 위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대북 관여정책인) '페리 프로세스'를 끌어내는 데 2년이 걸렸다"며 "지금은 비핵화 과정이 흔들리지 않게 (신뢰를) 두텁게 하는 과정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태도 변화를 두고 '비핵화 합의 시 체제 보장', '한국형 산업모델' 등을 언급하며 사태의 악화를 막고자 한 발 뒤로 물러서는 듯한 스탠스를 보인 것도 문 대통령에게는 긍정적 시그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 출국 하루 전인 20일 전격적으로 한미 정상통화를 요청해 최근 북한이 보이는 여러 반응을 두고 의견을 교환하기도 했다.
이는 북미 사이에서 비핵화 중재 역할을 하는 문 대통령을 전폭적으로 신뢰하는 동시에 우리 정부의 중재 행보에도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북한을 향해서는 시점에 구애받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문 대통령이 제대로 된 중재자 역할을 할 것이라는 신뢰감을 심어주는 효과도 있어 보인다.
이렇듯 정상회담을 목전에 두고 정상통화를 할 정도로 양 정상이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핵화 방법론과 함께 대북 보상 방안이 비중 있게 논의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청와대와 정부가 다양한 채널로 파악한 북한의 의중을 문 대통령이 설명하면서 북한의 태도를 전향적으로 바꿀 '당근'을 좀 더 명확하게 제시하는 데에도 적지 않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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