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 1대에 승객 8천명…"AI 제주상륙 철벽수비 합니다"

입력 2018-05-21 12:00  

크루즈 1대에 승객 8천명…"AI 제주상륙 철벽수비 합니다"
국립제주검역소, 서귀포크루즈항 개항 앞두고 준비 박차
크루즈 95%, AI 유행 중국서 출발…발열감시로 체온 37.5도 이상 색출


(제주=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조류인플루엔자(AI) 인체감염증이 유행하는 중국에서 출발한 크루즈는 사람을 8천명까지 싣고 제주로 들어옵니다. 대규모 인원이 2∼4시간 안에 모두 입국하는 상황에서는 신속하면서도 빈틈없는 검역 절차로 AI의 유입을 막아야 합니다."
지난 17일 국립제주검역소는 15만t급 초대형 크루즈선 2척의 동시 접안이 가능한 서귀포크루즈항(전 민군복합형관광미항)의 개항을 앞두고 검역 준비로 분주했다.
서귀포항 서쪽 8㎞ 강정마을에 있는 서귀포크루즈항은 부두가 진작에 완공됐음에도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한국관광 금지조치 등의 영향으로 개점휴업 상태다.
오는 6월 크루즈가 처음으로 입항하면 제주시에 위치한 제주항(15만t급)과 부산북항(22만t급), 인천항(22만t급), 속초항(10만t급) 등과 함께 국내 대표적인 크루즈 관광 '관문'이 될 전망이다.
제주의 남과 북에 모두 크루즈 관광 인프라가 구축되면서 AI 인체감염증, 메르스, 콜레라 등 해외감염병의 제주 유입을 철통방어해야 하는 국립제주검역소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크루즈 검역은 항공기나 화물선, 여객선 검역보다 규모도 크고 까다롭다.
크루즈 승객은 제주 체류시간이 8∼10시간 정도로 짧다. 오전에 배에서 내려 관광을 하고 저녁이 되면 크루즈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대규모 인원이 신속하게 입국 수속을 마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크루즈 1대가 들어오면 적게는 수백 명에서 많게는 8천 명까지 섬으로 쏟아져나오고, 이들이 하선을 완료하는 데는 2∼4시간이 걸린다.
하선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크루즈 내에 검역감염병 유증상자가 없는 경우에는 선박에 체류하는 의사로부터 건강확인서만 제출받고, 개인별 건강상태질문서는 받지 않는다. 항공기에서 내릴 때 모두가 건강상태질문서를 제출하는 것과 다르다.

이 때문에 크루즈 검역에서는 발열감시가 중요하다.
서귀포크루즈터미널에 마련된 4곳의 검역대에서는 열화상카메라를 통해 체온 37.5도 이상인 승객을 색출한다.
양은아 검역관은 "제주로 들어오는 크루즈의 95%는 AI 인체감염증 오염국인 중국에서 들어온다. 고열이 있으면 AI 등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국제적인 감시가 필요하다고 보는 검역감염병을 의심해볼 만하다"고 설명했다.
유증상자는 검역대를 통과하지 못하고 격리된다. 검역관이나 공중보건의는 중국에서 가금류를 만진 적이 있는지, 열 이외의 증상은 없는지 역학조사에 들어가고, 질병관리본부 긴급상황실은 조사 내용을 토대로 유증상자를 의심환자로 볼 것인지 판단한다.
의심환자로 분류되면 면봉으로 검체를 채취해 제주보건환경연구원에 검사를 의뢰하고, 양성으로 확진되면 격리병원으로 지정된 제주대병원으로 이송된다.
환자가 나오면 선실배치도 등을 통해 밀접 접촉자와 승무원 등에 대해서도 발열 검사 등을 실시하고 필요하면 격리한다.
발열감시로는 바이러스가 잠복기에 있는 사람은 걸러낼 수 없지만 증상이 이미 발현된 사람의 입국은 차단할 수 있다. 이런 '1차 저지선'통해 접촉자를 확인하고, 감염병 유입을 단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제주는 2009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이후 외국인 관광객이 늘기 시작, 2012년부터는 항공기와 크루즈로 들어오는 외국인이 폭증했다.
국립제주검역소의 검역을 받은 항공기는 2012년 4천341대에서 2016년 9천877대로 4년간 2.3배 많아졌고, 크루즈는 같은 기간 62척에서 481척으로 7.8배 급증했다. 작년에는 사드 영향으로 제주로 들어오는 항공기와 선박이 크게 줄었다.
이선규 국립제주검역소장은 "올해 이후 서귀포크루즈항에는 탑승객이 8천명 가량 되는 초대형 크루즈를 포함해 연간 380척이 입항하고 외국인 180만명이 검역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새로운 대규모 관광객 운송수단인 크루즈가 본격적으로 산업화함에 따라 이에 맞는 검역 대응 체계를 계속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withwit@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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