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서 반 전총장 자리 독서램프 고장나자 "자리 바꿔 앉자"
직접 빈소 찾아 조문…"귀국 후 문병 못해 자책감"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 "귀국해서 전화를 드렸는데, 문병이라도 갔었으면 하는 자책감이 생긴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1일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과거 고인과의 인연을 소개했다.
이날 오전 10시께 빈소를 찾아 유족들을 조문한 반 총장은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외교통상부 장관 시절이던 2004년 해외 출장길에 비행기 안에서 고인과 만났던 일화를 전했다.
당시 권오규 청와대 경제수석과 함께 영국에서 예정된 경제설명회 참석을 위해 비행기에 오른 반 전 총장은 좌석 독서 램프가 고장난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마침 옆자리에 앉았던 고인은 '나는 자료를 안 봐도 되지만 두 분은 자료를 봐야 할테니 자리를 바꿔 앉자'고 제안했고, 이런 고인의 배려에 반 전 총장은 "상당히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떠올렸다.
이런 인연으로 반 전 총장은 이후 저녁식사를 같이 하고 장관 공관에 고인 내외를 초청하기도 했으며, 이후 유엔 사무총장에 선출돼 미국 뉴욕으로 가기 전에 전화통화도 했다고 밝혔다.
특히 뉴욕으로 가기 직전 전화통화에서 고인이 '유엔 사무총장 공관에 전기제품이 필요하면 한국 제품으로 해주겠다'고 제안한 데 대해 단순한 인사말로 생각하고 부임했는데 공관 공사가 끝나서 가보니 LG전자 제품이 와 있어 편하게 이용했다고 말했다.
이후 고인과 편지를 주고받으며 서로 소식을 전하던 반 전 총장은 귀국 후 전화를 했는데 고인은 '내가 머리 수술을 받아서 몸이 불편하다. 곧 나을 테니 그때 만나자'고 말했다고 한다.
반 전 총장은 "그게 마지막인데 그때 병원에 가서 문병이라도 했었으면 하는 자책감이 든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고인이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기여한 것은 누구나 다 알지만 직원들과 팔씨름도 하고 씨름도 하는 등 소탈한 모습이었다"면서 "어디에 가나 현대, 삼성, LG는 우리나라의 대표 기업인데, 기업도 투명하게 잘하고 모범을 많이 남기셨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많이 존경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기업인인데 갑자기 이렇게 돌아가셔서 마음 아프게 생각한다"며 "우리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 기업인과 우리 국민이 다 힘을 합쳐서 경제를 잘 이끌어 나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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