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에서 범죄자가 다른 사람의 범죄 사실을 수사 기관에 알려주면 검찰이 구형을 가볍게 해주는 '사법거래'(플리 바게닝)가 다음달 도입된다고 마이니치신문이 21일 보도했다.
사법거래는 용의자나 피고가 다른 사람의 범죄를 알려주는 등 수사에 협조하면 검찰이 기소를 하지 않거나 기소 후 구형량을 줄여주는 제도다.
대상이 되는 범죄는 부패, 탈세, 담합 등 경제 사건, 약물이나 총기 사건이다.
예를 들어 사원이 임원의 지시로 정치인에게 뇌물을 건넸을 경우 적용이 가능하다.
이 사원이 임원과 정치인의 이런 비위를 검찰에 알리는 경우, 검찰이 이 사원을 기소하지 않은 채 정치인이나 임원을 수사해 유죄를 입증할 수 있다.
비슷한 제도가 미국 등에서 이미 실시되고 있지만, 미국의 경우 범죄자가 자신의 범죄를 인정하는 대신 형을 감경받는 것과 달리 일본판 사법거래는 자신이 아닌 남의 범죄를 밝히고 형 면제 혹은 감경을 받는 방식이라는 차이가 있다.
검찰 등 수사기관은 사법거래의 도입으로 특히 경제 범죄의 수사가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뢰사건의 경우 기소 건수는 2006년 220명이었지만, 범죄 수법이 교묘해지면서 2016년에는 61명으로 줄었다.
다만 제도의 도입이 무고한 사람에게 혐의를 덮어씌우는 데 악용돼 이 제도가 '누명의 온상'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검찰의 한 간부는 "조직폭력이나 사기 사건과 관련해 원한이 있는 누군가에게 누명을 씌우려는 시도가 있을 수 있다"며 "진술의 신뢰도를 생각하면 우선은 화이트칼라 범죄에 적용하는 것이 현실적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폐해를 막기 위해 일본 정부는 ▲ 변호사 입회하에 사법거래에 동의하도록 한다 ▲ 허위 진술이나 위조 증거를 제시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등의 보완 규정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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