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백 "고통받는 여성 많아 송구…성차별 느끼지 않도록 노력"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서혜림 기자 = 이철성 경찰청장은 21일 몰래카메라(몰카) 등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 성별과 관계없이 공정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에 "여성이 체감하는 불공정이 시정되도록 각별히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몰카 범죄 처벌을 강화해달라'는 청원과 '성별과 관계없는 국가의 보호를 요청한다'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여기에는 '홍대 누드모델 몰카' 사건에서 피해자가 남성이라는 이유로 더 강력한 수사가 이뤄져서는 안 된다며 여성이 피해자인 사건에도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고, 약 40만명이 청원에 참여했다.
이 청장은 이날 청와대 SNS 방송인 '11시50분 청와대입니다'에 나와 "경찰 수장으로서 큰 책임감을 느낀다"며 "불안에 떨며 상처받은 여성들에게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 청장은 "홍대 몰카 사건은 범행 당시 제한된 공간에 20여명만 있었기 때문에 수사가 빨리 진행됐을 뿐, 피해자 성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피의자를 포토라인에 세운 것도 이례적'이라는 일각의 지적에는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피의자가 법원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언론에 불가피하게 노출됐다"며 "더 세심하게 관리하지 못해 송구하다"고 말했다.
이 청장은 "과거의 강력범죄는 줄고 새로운 범죄가 생기고 있다. 불법촬영은 상대의 인격을 피폐하게 하는 강력범죄 못지않은 범죄"라며 "의사든 판사든, 여성이든 남성이든, 동일범죄 동일처벌 원칙으로 공정하게 수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청장은 "여성차별, 남성우월주의 문화를 뿌리 뽑도록 경찰이 잘하겠다"며 "이번 청원을 계기로 모든 국민이 어떠한 폭력에도 불안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방송에서는 '피팅모델 협박 성추행'과 관련해 엄정한 대처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에 대한 답변도 이뤄졌다. 이 청원에는 약 18만명이 참여했다.
이 청장은 "피고소인 2명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와 스튜디오와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했고 22일 소환 조사를 할 예정"이라며 "인터넷에 유포된 피해자 불법촬영물에 대해서도 차단 조치를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찰 조사 과정에서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피해조사 표준매뉴얼'을 개발하고 경찰 대상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함께 답변에 나선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여러 대책이 있었지만, 여전히 고통받는 여성들이 많아 주무 장관으로서 송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장관은 "(몰카 영상의 경우) 피해촬영물 삭제비용을 정부가 무료지원하고 나중에 가해자에게 청구하겠다. 이는 정부가 처음 실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장관은 "청년 여성들은 강남역 사건 등 일련의 사건을 보며 차별과 폭력에 맞서는 사회적 연대 움직임을 만들어 가고 있다"며 "여성들이 안심하고 성별로 인한 차별을 느끼지 않도록 정부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hys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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