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남북정상회담 이후 임진각 관광지를 찾는 방문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 DMZ 바깥에서 한반도의 분단 현실을 가장 절실하게 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주말이 되면 더 시끌벅적해진다. 자녀를 동반한 가족 단위 여행객, 연인은 물론이고 외국인 관광객, 군복을 입은 월남전 참전용사 등 많은 부류의 사람들이 찾아온다.
드넓은 주차장은 오전 11시를 조금 넘기면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약 2시간 40분간 민통선 안쪽을 돌아보는 DMZ 안보관광 상품의 매표소 앞에는 장사진이 쳐지기 일쑤다. 안보관광은 평일에 9차례, 주말에는 15차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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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악산 보이는 임진각
주차장에서 가장 가까운 곳은 임진각. 이곳은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 발표 후 실향민의 향수를 달랠 수 있는 공간으로 건축됐다. 2009년 망원경만 있던 옥상 전망대에 휴게공간을 꾸며 재단장했다. 현재 임진각 건물에는 식당과 패스트푸드점, 카페, 편의점, 기념품점이 들어서 있다.
4층에 있는 전망대에 오르자 방문객들이 북쪽을 바라보고 있다. 임진각관광지, 자유의 다리, 임진강 철교가 시야에 들어온다. 임진강 너머 민통선 안쪽의 초록빛 무성한 풍경도 볼 수 있다. 맑은 날이면 멀리 개성 송악산이 보인다고 한다.
임진각 앞으로는 실항민이 고향에 두고 온 가족을 그리며 차례를 드리는 망배단과 망향의 노래비가 있다. 노래비에는 "비가 오나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그리웠던 삼십 년 세월"로 시작하는 '잃어버린 삼십 년'의 가사가 새겨져 있다. 가수 설운도가 부른 이 노래는 1983년 6월 30일부터 11월 14일까지 방송된 '이산가족 찾기'의 배경음악으로 당시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노래가 나온 지 벌써 35년이 지나고 있으니 잃어버린 65년이 되는 셈이다. 세월의 흐름이 새삼 빠르게 느껴진다. 버튼을 누르면 노래를 들을 수 있다.
베트남전 참전 전우들과 함께 임진각을 찾은 이보우(74) 씨는 "군을 제대한 지 50년이 다 돼서야 임진각을 처음 와봤는데 뜻깊은 장소인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 또 "요즘 남북이 화해 분위기인데 북한의 말을 아직 40%는 믿지 못하겠다"며 "앞으로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조심스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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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원 가득한 자유의 다리
노래비 뒤쪽으로 걸음을 옮기면 자유의 다리가 나온다. 나무다리처럼 보이지만 철재가 섞인 다리다. 길이 83m, 폭 4.5~7m, 높이 8m의 이 다리는 남과 북을 잇는 통로로 1953년 국군과 유엔군 포로 1만2천773명이 이곳을 통해 귀환했다. '자유의 다리'란 이름이 붙은 이유다. 방문객들은 난간에 기대어 임진강 철교를 바라보거나 다리 아래로 조성된 정갈한 분위기의 연못이 있는 정원을 감상한다.
다리 끝 커다란 현수막 주변으로 수많은 태극기가 나부낀다. 최근 설치한 현수막에는 '남북정상회담 대환영, 우리는 하나다'라는 문구가 박혀 있다. 현수막에는 '곧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기를' '평양에서 먹는 평양냉면, 꼭 먹으러 갈게요!' '자꾸 만나야 통일이다' 등 방문객들이 적은 글귀가 한가득하다.
자유의다리를 되돌아 나와 옆으로 가면 철로가 깔려 있다. 경의선 복원을 염원하며 DMZ 내 장단역 부근에 버려져 있던 레일과 침목을 재활용해 설치한 것이다. 침목 위 황동판에는 임진부터 신의주까지 경의선 주요 28개 역이 소재지와 임진역부터의 운행 거리와 함께 새겨져 있다.
철로를 따라 북쪽으로 향하면 오른편에 우체통 2개가 놓여 있다. '임진각 통일기원 느린우체통'은 1년 후 발송되는 것이고, '이산가족 우체통'은 전시회에서 일반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용도다. 엽서는 국내용, 해외용이 구분해 비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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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리고 싶은 녹슨 증기기관차
더 안쪽으로 가면 온통 적갈색으로 녹슨 기관차가 모습을 드러낸다. 한국전쟁 때 장단역 인근에서 폭격을 당해 탈선한 후 방치돼 있던 증기기관차다. 기관차 바퀴는 휘어 있고, 차체에는 수많은 총탄 자국이 나 있다. 증언에 따르면 군수물자 운반을 위해 개성에서 평양으로 가던 중 중공군의 개입으로 후진하다가 결국 장단역에 도착할 때 파괴됐다고 한다. 총탄 자국은 무려 1천20여 개나 된다.
기관차 옆으로 태극기와 깃발이 가득 걸린 철망 앞에는 임진각에서 서울까지 53㎞, 개성까지 22㎞의 거리가 표시된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자동차로 10여 분이면 닿는 곳에 개성이 있다는 것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옆에는 초록 빛깔 잎사귀 무성한 뽕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버려진 증기기관차 위에서 자라던 것을 옮겨 심은 것이다.
기관차 뒤편으로 길이 105m의 임진강 독개다리가 이어진다. 폭격으로 파괴된 상행 임진강철교의 교각을 활용해 일부를 재현한 공간이다. 안내소에서 티켓을 산 후 개찰구로 들어서면 노란색 가로줄 뒤로 '민간인통제구역'이란 안내판이 보인다. 노란 선 바깥은 허가를 받지 않고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민통선 안쪽 공간이다. 옛 철교와 객차, 철로가 재현돼 있고, 객차 안에는 파괴된 교량 옆에 만든 자유의 다리, 폐허가 된 서울의 기차역 등을 담은 사진이 걸려 있다.
다리 끝은 임진강과 철교를 조망할 수 있는 2개 층의 스카이워크다. 강에서 새들이 노니는 풍경은 평화롭기 그지없다. 1층 정면 유리창 너머로는 교각에 총탄 자국이 선명하게 남겨진 것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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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 공간으로 변신한 지하벙커
독개다리와 철로를 빠져나온 후 이정표를 따라가면 지하벙커 전시관 '비트(BEAT) 131 아트 스페이스'가 나온다. 예전에 실제 사용하던 군용 지하벙커를 전시관으로 개조한 곳으로 M15 대전차지뢰가 놓인 계단을 통해 진입할 수 있다.
벙커 안 상황실 책상에는 철모와 탄약통, 플래시가 놓여 있다. 벽에 걸린 모니터에서는 비무장지대와 북한 마을의 실시간 영상이 나온다. 터치스크린을 이용하는 대형 멀티비전으로는 'DMZ' '두 개의 길' 등을 제목으로 하는 비무장지대와 남북 관련 영상물을 볼 수 있다. 한쪽에는 철모, 군용 무전기와 타자기, 녹슨 총과 탄환, 수통과 반합이 진열돼 있다. 돌아본 소감을 쓰면 벽에 나타나게 하는 참여형 시설을 갖추고 있다.
임진각관광지 주차장을 가로지르면 평화누리공원. 연못과 잔디 언덕에 수도꼭지, 핀 등의 특이한 조형물과 빨강, 노랑, 파랑, 초록 바람개비가 돌아가며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하는 곳이다. 색색의 바람개비가 수놓은 언덕의 이름은 '바람의 언덕'으로, 한반도를 오가는 자유로운 바람의 노래를 표현했다. 사진촬영 명소로 인기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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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8년 6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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