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캐스팅 vs 변주곡…양분된 로맨스극

입력 2018-05-23 06:20  

스타 캐스팅 vs 변주곡…양분된 로맨스극
"시청자 높아진 눈에 진화한 변주극 늘어"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장르극의 홍수 속에서도 시청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건 역시 로맨스극이다.
최근 쏟아지는 신작들을 보면 스타 캐스팅을 무기로 한 정통 로맨스극도 여전히 명맥을 잇고 있지만, 스릴러 등 새로운 요소들을 가미해 승부를 띄우는 변주극들도 자주 접할 수 있다.



◇ 스타 보는 재미…'훈남정음'·'김비서가 왜 그럴까'
통통 튀는 '밀당'과 서사만으로 이야기를 끌어나가야 하는 정통 로코(로맨스코미디)는 아무래도 남녀 주인공에게 책임을 많이 지울 수밖에 없다.
23일 시작하는 SBS TV 수목극 '훈남정음'과 오는 6월 6일 첫 방송을 앞둔 tvN 수목극 '김비서가 왜 그럴까' 역시 주연 남녀에 명운이 걸려있다.
'훈남정음'은 코믹 연기가 몸에 밴 남궁민과 로코 하면 빠질 수 없는 황정음이 만나 기대를 모은다.
두 사람은 각각 사랑을 거부하는 비연애주의자 훈남, 사랑을 꿈꾸지만 팍팍한 현실에 연애포기자가 된 정음으로 변신해 남다른 호흡을 과시할 예정이다. 사전에 공개된 스틸컷만 봐도 두 사람의 톡톡 튀는 표정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훈남정음' 관계자는 "두 사람은 7년 전 '내 마음이 들리니'에서 호흡을 맞춰봐서 현장에서 NG조차 날 게 없다. 이쪽에서 '쿵' 하면 저쪽에서 '짝'할 정도고, 두 사람 모두 아이디어가 샘 솟는다"고 말했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 역시 쟁쟁한 출연진을 자랑한다. 나영석 PD의 예능 '윤식당2'를 통해 방송도 광고도 휩쓰는 박서준과 예쁘고 연기 잘하는 박민영이 만났다.
박서준은 재력, 얼굴, 수완까지 모든 걸 다 갖췄지만 자기애로 똘똘 뭉친 나르시시스트 부회장으로, 박민영은 그런 그를 완벽하게 보좌해왔지만 퇴사를 꿈꾸는 비서로 변신한다. 로코와 찰떡궁합인 오피스를 배경으로 한 점도 기대를 모은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 관계자는 "웹소설,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인데 두 사람이 워낙 만화 속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뛰어난 비주얼과 연기를 자랑한다"며 "특히 박서준은 제작사와 '그녀는 예뻤다' 때 쌓은 신뢰로 대본이 완성되기도 전에 출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 뭐 하나는 특색 있게…'어바웃타임'·'기름진 멜로'·'이리와 안아줘'
스타 캐스팅은 방송 전부터 시청자의 이목을 끌기 쉬운 '고비용 고효율' 전략이지만 누구나 그 전략을 택할 수는 없다. 대신 스릴러, 판타지, 심지어는 쿡방(요리방송)을 가미한 변주극으로 승부수를 띄우는 사례가 늘고 있다.
톱스타 캐스팅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시청자들의 높아진 눈에 맞추려는 의도도 있고, 과거처럼 스타 캐스팅이 쉽지만은 않은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지난 21일 시작한 tvN '멈추고 싶은 순간: 어바웃 타임'은 판타지 옷을 입은 로맨스극이다. 수명 시계를 보는 능력을 지닌 여자 미카엘라(이성경 분)와 운명으로 엮인 남자 도하(이상윤)가 마법 같은 사랑의 순간을 그린다. 일본 만화에서나 봄 직한, 타인의 남은 수명을 볼 수 있다는 소재가 시청자에게 새로운 자극을 줄 것으로 제작진은 기대했다.



서숙향 작가의 신작 SBS TV 기름진 멜로'는 작가의 전작 '파스타'처럼 로코에 요리, 그리고 코믹을 가미했다. 좁은 동네 중국집을 배경으로 각자 꿈도 사랑도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청춘들의 모습이 공감 포인트다. 다소 산만한 연출이 흠이지만 늦은 밤 군침 돌게 하는 요리 장면과 배우들의 열연이 젊은 시청자들을 유혹한다.
신예 장기용-진기주를 주연으로 내세운 MBC TV '이리와 안아줘'는 장르극을 보는 것 같을 정도로 스릴러에 상당한 비중을 둬 화제몰이 중이다. 스타 캐스팅은 없지만 아역들의 연기부터 쌓아올린 탄탄한 서사와 로맨스-스릴러 간 빠른 전환, 완벽한 사이코패스로 변신한 허준호의 연기가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방송가 관계자는 "주인공의 매력이 극대화된 로코는 그동안 시청자가 너무 많이 봐왔다"며 "그래서 시청자의 다각화된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진화한 복합장르극들이 점점 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lis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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