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관계·북핵 문제·이란 핵 합의 등 공조 모색할 듯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최측근인 왕치산 국가부주석이 러시아를 방문한다. 무역전쟁 등으로 갈등을 겪는 미국에 맞서 우군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2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왕 부주석은 24일부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국제경제포럼에 참석해 국제무대의 현안을 논의한 후 벨라루스를 방문한다.
유럽 동부 내륙에 있는 벨라루스는 소련 해체와 함께 창설된 옛 소련 국가 연합체 '독립국가연합'(CIS)의 회원국으로, 중국과 우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 방문은 지난 3월 왕치산이 국가부주석으로 선임된 후 첫 외국 방문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69세인 왕 부주석은 지난해 10월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7상 8하'(67세는 유임하고 68세는 은퇴한다) 원칙에 따라 물러났지만, 올해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국가부주석으로 선임돼 화려하게 복귀했다.
그는 시 주석의 반부패 사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맡아 '시진핑의 오른팔'로 불리며, 현재 국가부주석으로서 외교 분야를 관장하고 있다.
왕 부주석은 이번 방문에서 무역 갈등, 남중국해 문제 등으로 갈등을 겪는 미국에 맞서 러시아의 지지를 확보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중국의 전통적인 우방으로, 시 주석이 2012년 말 집권한 후 첫 해외 방문 국가로 선택한 곳도 러시아였다.
베이징의 국제문제 전문가인 팡중잉(龐中英)은 "미국과의 관계에서 불확실성과 경쟁의식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러시아는 시진핑의 전반적인 외교 정책에 있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왕 부주석이 이번 방문에서 대미 관계는 물론 북핵 문제, 이란 핵 합의 등에서 러시아와 공조를 모색할 것으로 관측했다.
러시아 입장에서도 우크라이나와 시리아에 대한 군사개입으로 서방국가의 적대감이 커진 상황에서 중국과의 외교 관계는 중요할 수밖에 없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다음 달 9∼10일 중국 칭다오(靑島)에서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시 주석과 별도의 정상회담을 개최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러시아와의 외교 관계에서 신중한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팡중잉은 "러시아가 중국의 외교 정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지만, 러시아와 너무 가까운 관계를 맺을 경우 서방국가들을 멀어지게 할 위험성도 있다"며 "중국은 미국과 그 동맹국에 맞서기에 러시아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sah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