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총선 패배로 권좌에서 물러난 뒤 비리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된 나집 라작 전 말레이시아 총리가 22일 말레이시아 반부패위원회(MACC)에 소환됐다.
MACC는 이날 오전 나집 전 총리를 불러 그가 국영투자기업 1MDB에서 거액의 공적자금을 횡령했다는 의혹과 관련한 진술을 청취하고 있다.
현지시간으로 오전 9시 45분께 푸트라자야 MACC 청사에 도착한 나집 전 총리는 취재진에 둘러싸여서도 시종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1MDB를 통해 최대 60억 달러(약 6조5천억 원)의 나랏돈을 국외로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검찰과 MACC에 외압을 가해 관련 수사를 방해한 정황도 있다.
나집 전 총리는 2015년 1MDB의 비리 혐의를 조사하던 검찰이 자신의 계좌에 6억8천100만 달러(약 7천400억 원) 상당의 돈이 흘러든 정황을 포착한 직후 당시 검찰총장을 경질하고 측근으로 알려진 모하멧 아판디 알리를 후임으로 임명했다.
아판디 총장은 문제의 자금이 사우디아라비아 왕가의 정치기부금이라면서 수사를 종결했다.
검찰과 함께 나집 전 총리의 비자금 의혹을 조사하던 MACC 역시 이듬해 MACC 위원장이 자진사퇴 형식으로 쫓겨나고 부위원장 2명이 전원 교체되는 수모를 겪었다.
하지만 지난 9일 총선에서 승리해 61년 만의 정권교체를 이뤄낸 말레이 신정부는 1MDB 스캔들의 진상을 규명해 나집 전 총리에게 책임을 묻기로 했다.
MACC는 일차적으로 나집 전 총리가 1MDB의 옛 자회사인 SRC 인터내셔널을 통해 4천200만 링깃(약 114억 원)을 전달받은 정황을 밝히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지 언론은 나집 전 총리가 이날 긴급체포돼 구속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지난 17일 취임해 나집 전 총리의 비리 의혹에 대한 조사를 지휘 중인 모흐드 슈크리 압둘 신임 MACC 위원장은 2016년 나집 전 총리에 의해 쫓겨났던 MACC의 두 부위원장 중 한 명이다.
나집 전 총리는 지난 12일 부인 로스마 만소르 여사와 함께 인도네시아행 항공편에 탑승하려다 출국금지됐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지난 16일 밤부터 나집 전 총리의 자택과 아파트, 사무실 등 6곳을 수색해 1MDB 관련 자료와 함께 대량의 사치품과 현금을 압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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