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언론, 회담연기론 촉각…유연해진 트럼프에 "반가운 현실인식"(종합)

입력 2018-05-23 20:51  

美언론, 회담연기론 촉각…유연해진 트럼프에 "반가운 현실인식"(종합)
더힐 "6월12일 개최 여부에 의구심 커져", 로이터 "실패하면 아픈 패배 될 것"
NYT, 단계적 비핵화 시사에 주목…WSJ "회담 향한 문 열고 김정은 유혹"
기대낮춘 미 전문가들 "즉시 비핵화와 단계적 비핵화 중간에서 타결될듯"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강건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북미정상회담이 미뤄질 수도 있다고 발언한 데 대해 미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연기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고 일제히 전했다.
이날 한미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에 요구했던 일괄타결 방식에서 한걸음 물러나 단계적 폐기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데 주목한 언론도 있었다.
미 의회전문매체인 더힐은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이 비핵화에 "진지하다"는 점에 확신을 내비치면서 "회담이 진행되지 않을 상당한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더힐은 그러면서 "만약 정상회담이 실현되지 못하면, 이는 최우선 외교 정책 목표로 핵 외교를 손꼽았던 트럼프 대통령에게 아픈 패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대통령과 북한 지도자 간의 회담은 유례없는 일인 데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핵 협상 중재를 통한 노벨상 수상에 공공연한 관심을 드러낸 적이 있다는 점에서다.
로이터통신도 만약 정상회담이 개최에 실패하거나 연기된다면 정상회담이 트럼프 대통령 재임 중 최대의 외교적 성과가 되길 희망했던 지지자들에게 큰 타격을 주고, 트럼프 대통령 본인에게도 큰 실망을 안겨줄 것이라고 평했다.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문 대통령과 중요한 대화를 위해 앉아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발언을 했다는 사실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월 과감하게 합의한 회담이 위험에 처했다는 의미일 수 있다"고 평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가 김정은과의 6월 정상회담이 취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전하며 "3주 뒤 싱가포르에서 예정된 회담에 새로운 불확실성을 더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WSJ는 "미국의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향한 문을 계속 열어놓고 국제적 명성과 부(富)에 대한 약속으로 김정은 위원장을 유혹하고 있다"며 회담 성사를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에 초점을 맞추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일괄타결(all-in-one)이 좋을 것"이라면서도 "그렇게 되어야 할까? 나는 완전히 확언하고 싶지 않다"고 한 대목을 근거로 기존의 '즉각적 비핵화' 요구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언급은 트럼프 대통령이 일괄타결 방식을 선호한다는 기존 입장을 확인하면서도 과거와 달리 양보의 여지가 있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이라고 NYT는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으름장에도 불구하고 회담이 일정대로 진행될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신호도 있다는 외신과 전문가들의 분석도 많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회담 취소가 아닌 회담 연기에 방점을 둔 것 같다면서 이는 중대한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발언에서 회담 취소와 연기 가능성을 둘 다 언급했는데, "6월 12일에는 열리지 않을 수 있다"(it may not work out for June 12th)고 발언, 회담 취소가 아닌 연기에 더 무게를 실었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회담 성공을 위해 그만큼 깊이 몰두해 있음을 내포한 것으로, 스케줄을 무리하게 맞춰서 회담을 그르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WP는 전했다.
더힐은 외신 기자단이 풍계리 핵실험 폐기 행사 참석을 위해 북한에 입국했다는 점을 지목하며 이는 회담이 '제대로 진행 중'(on track)이라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의 회담을 위한 준비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으며 실제 미국 측 선발대가 싱가포르에서 회담 장소 선정을 위한 호텔 연회장 조사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태도 변화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의 일괄 비핵화가 무리한 목표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으로 평가하면서 북미정상회담 성과의 기대치를 낮추는 분위기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 핵프로그램 폐기의 방식과 시기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보여준 유연성을 "반가운 현실인식"으로 보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아시아 담당 선임 부소장은 NYT에 "트럼프는 그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얻어낼 수 있다고 믿었지만 이제 그렇지 않다는 점을 깨달았다"며 "이제 양측은 이번 회담이 비핵화로 이어진다고 주장할 수 있도록 신뢰할만한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빅터 차 CSIS 한국석좌는 NYT에 "북한이 완전히 새로운 나라가 되어 자유세계를 포용하는 대가로 핵을 거래한다는 '손쉬운 승리'에 대한 생각은 대통령의 마음에서 사라지고 있다"며 "북한과 상대할 때 동화같은 결말은 없다"고 지적했다.
차 석좌는 WSJ와의 인터뷰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장에 들어가면 북한이 모든 것을 포기하는 전략적 결단을 내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핵탄두로 가득찬 상자를 들고 나오는 상황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글러스 팔 미국 카네기 평화연구소 부원장도 신화통신과 인터뷰를 하고 "미국은 거의 즉각적인 비핵화를 원하고 북한은 단계적으로 이뤄지길 원한다. 그들은 아마 그 중간 어딘가에 이르게 될 것"이라면서 "이는 트럼프 정부의 관료들이 한때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던 지점"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팔 부원장은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된다면 "한반도의 의미있는 데탕트와 북한의 경제적 부활로 가는 길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미경제연구소(KEI) 트로이 스탠거론 선임연구원도 신화통신에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만남에 열성적이지만, 또한 너무 빨리 움직이는 과정에서 실질적인 제약이 있을 수 있음을 깨달은 것으로 보인다"며 양국 간 신뢰구축과 비핵화 방법론의 측면에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luc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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