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0 북미회담 고비…일괄타결-단계적 방식 '접점찾기' 관건

입력 2018-05-23 11:21   수정 2018-05-23 11:27

D-20 북미회담 고비…일괄타결-단계적 방식 '접점찾기' 관건
완전한 비핵화·체제안전보장 등 핵심카드 테이블에 올라 와
'핵무기 조기 반출' 美 요구, 北 수용할지도 쟁점될 듯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를 좌우할 북미정상회담(6월12일·싱가포르)이 개최 20일을 앞두고 막바지 고비를 넘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22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이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한 기대와 불안 요인을 모두 드러냈기 때문이다.
우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 수용시 체제안전 보장'을 재차 공언했으나, 그 이전과 같은 수준이었다는 점에서 북한으로선 기대감을 줄였을 수 있다.
거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조건이 맞지 않으면 회담이 연기될 수 있다는 점도 처음으로 거론해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연기 가능성 언급에 대해 외교가는 회담이 실제로 불발되거나 연기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기보다는 확실한 성과없는 '빈손 회담'이 되는 것을 피하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북미 정상회담에 임하는 '속내'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 미 행정부는 이미 대북 협상에서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누차 밝혀온데다 전임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의 최대 '외교 치적'으로 평가받은 이란 핵합의를 '완전한 비핵화'가 아니라는 이유로 파기한 상황이다.
그런 만큼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기대하는 수준의 비핵화를 담은 합의문 '초안'을 사실상 만들어 놓고 싱가포르로 가려 한다는 게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그동안 나온 미 행정부의 입장 표명과 외신보도를 종합해보면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CVID와 관련해선 물러설 여지가 없어 보인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안전보장을 재차 약속했다.
정리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를 하고도 무아마르 카다피가 처참한 최후를 맞아야 했던 리비아식 모델을 북한에 적용하지 않겠다는 식으로 안전보장을 거론했으나 비핵화 방식과 관련해선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유사한 CVID를 적용하겠다는 의지를 비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교가에선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미 행정부의 '카드'는 대략 나온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북한 역시 그동안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등의 담화와 언급을 통해 나올 만큼 나왔다고 할 수 있다.
한미 정상은 이를 바탕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대북 안전보장과 더불어 여타 지원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북한이 취할 비핵화 조치와 미국을 중심으로 관련국들이 제공할 체제 안전보장 등과 관련된 로드맵을 어떻게 짜고, , 단계적·동시적 조치를 요구하는 북한과 일괄타결을 원하는 합의방식을 두고 북미 간 입장차를 어떻게 좁히느냐에 초점이 모인다.
로드맵과 관련해선 미국이 제시한 '핵무기·핵물질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수개월내 반출' 요구에 대해 북미 양측이 접점을 찾을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23일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핵무기·핵물질의 핵심을 조기에 이관할 것을 '다운페이먼트(down payment·착수금)'라는 이름으로 요청하면서 북한이 원하는 체제보장을 폭넓게 해주겠다는 접근같다"고 해석했다.신 센터장은 그러면서 "항후 쟁점은 미국의 다운페이먼트 요구를 북한이 어디까지 수용할 것인지, 그리고 미국은 그 이행에 얼마만큼의 기간을 줄지, 북한에 대해 얼마만큼의 보상을 어떤 단계로 해줄 것인지 등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이 원하는 것은 핵무기 등의 조기 반출인데, 북한은 체제안전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것을 보고 나서야 핵무기까지 포기하겠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의 숙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도 언급한 '일괄타결'(all-in-one)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중정상회담 때 잇달아 밝힌 '단계적·동시적 방식' 간의 절충이라고 외교 소식통은 설명했다.
미국은 비핵화와 관련한 조처를 하나의 합의문에 담는 이른바 '원샷딜(one shot deal)'을 선호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비핵화 이행은 물론 합의서 작성도 단계적으로 하길 바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9·19공동성명(2005년)이라는 시한 없는 포괄적 합의 도출 후 핵동결 합의인 2·13 합의와 핵시설 불능화 합의인 10·3합의(이상 2007년) 등 과정별로 주고받을 조치를 담은 세부 합의들을 별도로 만들어 이행하는 과거 방식을 원하고 있다고 외교 소식통이 전했다.
미국은 북한의 '살라미 전술(비핵화 과정을 잘게 쪼개서 이득을 최대화하는 전술)'에 넘어가 합의 이행 중간에 북한이 받아갈 것만 챙긴 뒤 비핵화 과정이 원점으로 되돌아간 양상을 되풀이할 수 없다는 입장이 강하고, 북한은 북미 간에 신뢰가 없는 상황에서 단계적·동시적 방식은 불가피하다며 버티고 있다.
결국, 앞으로 남은 20일간 북미가 핵무기 반출을 포함한 핵심적 비핵화 조치와 그에 상응하는 북한 체제안전보장 및 제재완화의 대략적 시한에 합의할 수 있을지, 일괄타결과 단계적·동시적 방식 사이의 차이를 좁힐 창의적 방안을 찾아낼 수 있을지가 중대 관건이 됐다.
신범철 센터장은 "향후 2주 정도 집중적인 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보며, 그 경과에 따라 6월 초쯤 정상회담 성사 여부가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jh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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