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 요구해온 北, 한미정상 '체제보장 메시지' 어떻게 볼까

입력 2018-05-23 11:36  

'진정성' 요구해온 北, 한미정상 '체제보장 메시지' 어떻게 볼까
文대통령 '북미수교', 트럼프 '경제번영' 언급…구체성 결여됐다 볼수도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최근 한미에 강경 태도를 보여온 북한이 22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발신된 한미 정상의 메시지를 어떻게 평가할지 촉각이 쏠리고 있다.
북한은 지난 16일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를 통해 "일방적인 핵 포기만을 강요하려 든다면 우리는 그러한 대화에 더는 흥미를 가지지 않을 것"이라며 '북미정상회담 재고려'를 밝히고, 한미의 태도를 주시하겠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당시 김 부상은 미국이 '적대시 정책과 핵 위협 공갈을 끝장내는 것'이 비핵화를 위한 선결조건이며, 트럼프 대통령이 '조미(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진정성'을 가지고 회담에 나와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는 비핵화의 반대급부로서 체제안전 보장과 군사적 위협 해소 방안을 미국이 더욱 구체적으로 확약해야 한다는 요구로 해석됐다.
이런 점에서, 한미가 이번 정상회담 공개석상과 차후 접촉 등을 통해 북측에 전달할 체제보장·위협해소 관련 메시지를 북한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다음 달 12일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의 순항 여부에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일단 한미는 이번 회담에서 북한의 '체제 불안감' 해소방안을 논의했다는 사실을 밝히며 체제보장안 제공에 대한 공통의 의지를 공개적 차원에서 재확인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북미 간에도 수교하는 등 정상적 관계를 수립해내실 것으로 확신한다"며 '북미수교'를 직접 거론했다.
북미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북미관계의 적대적 성격을 바꾸는 것이라는 점에서 북한이 요구하는 '위협 해소'의 궁극적 방안에 해당한다.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가 지난 22일 "조선(북한)은 미국 자신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김 부상의 '선결조건'을 재차 거론한 것도 북미관계의 본질적 변화를 요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번에 한미 정상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남북미 3국이 함께 종전선언을 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한 사실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종전선언과 관련해 "(비핵화로 가는) 중간과정에서의 안전보장에 대한 약속을 한 것"이라며 "과도기 안전보장과 관련해 진전된 내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나온,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체제안전 보장 및 위협 해소 관련 메시지의 '구체성'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북한은 한미 공중연합훈련인 맥스선더 훈련을 문제 삼아 지난 16일로 예정됐던 남북 고위급회담을 취소했으며, 23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정세해설에서도 "북남관계는 물론 내외의 관심이 집중된 조미대화 국면에 찬물을 끼얹는 노골적인 군사적 위협 공갈"이라고 비난했다.
북한이 군사안보 차원에서의 한미의 실질적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고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날 회담 모두발언 등을 통한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는 안보 우려 해소보다는 이제까지 미국 정부가 초점을 맞춰 온 '미래의 경제적 번영' 보장에 다시금 집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할 경우 북한 정권의 안전을 보장할 것이냐는 질문에 "나는 그(김정은 위원장)의 안전을 보장할 것"이라며 "그의 나라는 부유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성윤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시혜를 베풀듯이 정치적 선언 선에서 체제보장을 마무리하는 듯한 느낌을 북한이 가질 수 있다"며 "북한은 안보 영역에서의 좀 더 진전된 안을 내심 기대했을지도 모르지만, 거기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말했다.
김계관 부상이 "미국에 기대를 걸고 경제건설을 해본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런 거래를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 데서 보듯, 경제적 지원에만 초점이 맞춰진 체제보장 담론은 오히려 북한의 거부반응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한미는 이날 정부 공식발표, 공개석상에서의 모두발언 등을 통해 공개된 것보다는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수준에서 북한에 제시할 체제안전 보장 방안을 논의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미 간에 이미 비핵화와 체제안전 보장의 맞교환 방안에 대해 디테일한 협상이 이뤄지고 있는 배경 위에서다.
따라서 관건은 향후 북미 간 물밑 대화나 남북정상 핫라인 가동 등을 통해 한미가 북한에 실제로 어떤 협상안을 전달하느냐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여기에는 비핵화 중간단계에서의 일부 제재 해제, 관계 정상화 과정에서의 실질적인 군사위협 해소방안 등이 담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성윤 위원은 "중간단계라도 북한의 성실한 비핵화 조치에 대해서는 비례적 보상을 할 용의가 있다는 합의가 한미 간에 있고, 그런 것을 북한 측에 제대로 전달할 수 있으면 북한은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북미회담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kimhyo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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