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미 정상이 난기류가 조성되던 북미 정상회담 항로를 다시 정돈하는 대북 메시지를 발신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비핵화 보상으로 얻으려는 체제안전 보장을 직접 언급했고, 비핵화 방식도 다소 유연한 입장을 내비쳐 긍정적이다. 6월 12일 싱가포르 회담의 연기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판 자체를 흔들기보다는 협상용 수 싸움에 무게가 실린다. 북미는 향후 비핵화와 체제안전을 주고받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협의에 집중해야 한다. 때마침 한미 정상회담 직후 북한도 남측 기자단의 핵실험장 폐기 행사 취재를 수용하는 것으로 호응해 삐걱대던 협상 궤도가 복원되는 흐름이어서 고무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우려하는 핵심 현안들에 진전된 답을 내놓은 것은 주목해야 한다. 체제보장과 관련,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이행할 경우 "김정은의 안전을 보장할 것이다. 그는 안전할 것이고 행복할 것이며 그의 나라는 부유해질 것"이라며 미국의 적극적 경제지원 의지도 피력했다. 트럼프가 언급한 비핵화 '일괄타결'(all-in-one) 방식은 북한이 주장해온 '단계적·동시적 해결' 취지를 일정하게 수용한 절충형 해법으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한꺼번에 일괄타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그런데 정확히 그렇게 하는 게 불가능할 수도 있는 물리적 이유가 있다"고 언급한 것은 핵 프로그램 폐기가 단계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전제한 것으로 트럼프가 이런 말을 한 건 처음이다. 비핵화와 체제보장 이행 시기를 놓고 선후를 분명히 긋는 볼턴식 리비아 해법과는 다른 대안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도 유의미하게 주시해야 한다. "일방적 핵 포기를 강요하면 북미 회담을 재고려할 수 있다"는 북한의 반발에 대한 답변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미 정상이 북미 정상회담 후 남·북·미 3국이 함께 종전선언을 하는 방안을 논의했고, 트럼프도 이 방안에 부정적이지 않았다는 점은 '비핵화 완료 전 북한 체제안전 보장'과도 맞물려 있는 것으로 눈여겨볼 대목이다. 비핵화 완료 시점을 트럼프 임기 마지막 해인 2020년으로 잡는다면 북미 수교는 그 직후가 예상되는데, 북한으로서는 비핵화 완료 시점 이전까지 과도기 체제안전을 어떻게 담보 받느냐가 핵심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충족 안 될 경우 북미 정상회담을 연기할 수 있다고 언급한 '특정한 조건'이란 북한이 진짜로 비핵화하겠다는 것인지 진정성을 거듭 확인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미국의 의구심을 해소해야 한다. 쌍방의 합리적 우려는 풀어주는 것이 회담 전 신뢰를 쌓는 길이다. 한쪽에서 자칫 상황을 악화하는 언행들이 나오거나, 일방의 요구만 관철하려다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 회담이 연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만은 없다. 모두가 원치 않는 길인만큼 향후 3주간 상황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잇따른 북한의 대미, 대남비판으로 고개 드는 백악관의 회의론을 진정시키고 북미 정상회담 성공을 위해 외교력을 모으는 전기를 마련해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귀국 후 김정은 위원장과 핫라인을 가동, 트럼프의 의중을 전달하고 북미 실무 협상 진전의 촉매 역할을 해야 한다. 북한도 25일 맥스선더 한미연합 군사훈련이 종료되는 대로 남북 고위급 회담을 재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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