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는 수정되면 생명 인정…개헌 시 임신 12주이내 낙태 허용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인구 대다수가 가톨릭 신자인 아일랜드가 거의 예외 없는 낙태금지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 조항의 폐지를 놓고 오는 25일(현지시간) 국민투표를 시행하는 가운데 찬반 진영 간 캠페인도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투표가 임박하면서 장애 아동을 선전전에 활용해 반발을 사거나 다소 과격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가디언과 데일리 메일 등 영국 언론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다운 증후군 아동의 아버지인 크리스 카포시 박사는 낙태 반대 운동단체들이 자기 아들과 같은 어린이들을 선전전에 활용하고 있다며 취약층을 논쟁적인 정치의 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생명 윤리학자 겸 저술가인 카포시 박사는 "다운 증후군 아동의 아빠로서, (출산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일컫는) 재생산권(reproductive rights)을 제한하기 위해 내 아이와 같은 사람들을 선전전에 이용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낙태 반대론자들은 낙태를 엄격히 금하는 수정 헌법 제8조를 폐기하면 다운 증후군 진단을 받은 태아들의 낙태를 크게 늘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헌법 개정을 통해 법이 완화하면 다운 증후군 진단은 임신중절수술로 직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특히 광고판에 다운 증후군 어린이들 사진과 함께 "영국에서는 다운 증후군 아기들의 90%를 낙태시키고 있다"라는 글을 실어 비난을 불렀다.
앞서 아일랜드의 레오 바라드카르 총리도 다운 증후군 아동들의 사진을 활용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뿐만 아니라 낙태 반대 활동가들은 낙태 찬성 정치인들의 집회장에 기자를 자처해 진입, 야유를 퍼부으며 행사를 방해하는 일도 벌어졌다.
한 활동가는 사이먼 해리스 보건장관을 향해 헌법 개정 반대 쪽으로 국민투표 결과가 나오면 사임할 것이냐고 묻고는 "당신은 무고한 인간을 죽이는 것을 찬성하는가"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아일랜드는 1983년에 개정된 헌법에 따라 수정 순간부터 태아와 임신부에게 동등한 생존권(right to life)을 부여하면서 거의 예외 없이 낙태를 금지하고 있다. 또 자살을 포함해 임신부의 생명에 위험이 있을 때만 낙태를 허용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 낙태하면 최대 14년형이 선고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아일랜드 여성들은 영국으로 가 낙태를 하는 실정이다.
국민투표를 통해 이런 내용의 낙태금지 조항이 폐지되면 아일랜드 정부는 임신 초기 12주 동안에는 아무런 제약 없이 낙태를 허용하는 방안을 입법화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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