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현·김형성 "최근 경기력 상승세라 기대"
(인천=연합뉴스) 권훈 기자= "작년에 이 대회에서 코스레코드 세우며 우승했다. 코스도 마음에 든다. 자신감이 가득하다."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최대 상금(15억원)이 걸린 제네시스 챔피언십 개막을 하루 앞둔 23일 디펜딩 챔피언 김승혁(32)은 대회 2연패를 자신했다.
지난해 이 대회 1라운드에서 8언더파 64타를 몰아친 끝에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으로 초대 챔피언에 올랐던 김승혁은 이날 인천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타이틀 방어에 대한 부담감과 함께 기대감도 크다. 작년 플레이가 나온다면 2연패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PGA투어 대회에 출전해서 느끼고 배운 점이 많다는 김승혁은 "PGA투어 선수들은 쇼트게임이 굉장히 뛰어나더라. 경기뿐 아니라 연습장에서도 유심히 관찰했다"면서 "그들 수준을 따라잡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회 우승 보너스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제네시스오픈 출전권을 따 올해 미국 원정을 다녀온 김승혁은 "그렇지 않을 줄 알았는데 막상 1라운드 땐 너무 떨려서 내 플레이를 못 했다. 올해도 이 대회에 우승해서 내년에 가면 더 자신 있게 경기하겠다"고 다짐했다.
GS칼텍스 매경오픈 우승에 이어 SK텔레콤오픈 9위 등 상금랭킹 2위를 달리는 박상현(35)도 우승을 양보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박상현은 "모든 선수가 우승하고 싶은 대회 아니냐. 나도 마찬가지"라면서 "요즘 경기력이 상승세라 자신도 있다. 이런 흐름을 잘 탄다면 좋은 성과가 기대된다"며 우승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대회를 주최하는 현대자동차 후원을 받는 김형성(38)은 "유일한 현대자동차 후원 선수라서 단단히 각오하고 나왔다"면서 "작년엔 몸이 좋지 않아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최근에 일본에서 파나소닉오픈에서 준우승하는 등 컨디션이 좋다. 김형성이라는 이름 석 자를 다시 국내 팬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
맏형 최경주(48)도 물러서지 않았다.
최경주는 "40대 후반 선수가 투어 대회 우승 확률은 높지 않다는 걸 안다. 하지만 해보고 싶다. 같은 처지의 동료들에게 힘이 되지 않을까 싶다"면서 "이 코스는 내가 잘하는 컷 샷이 통하는 곳이다. 불꽃을 피워보겠다"고 말했다.
투어 선수 생활은 반쯤 접고 레슨 코치로 더 왕성하게 활동하는 위창수(46·미국 이름 찰리 위)만 "대회를 자주 치르지 않으니 대회에 나오면 긴장하게 된다"면서 "이번 대회는 한 샷 한 샷에 집중해보겠다"면서 "미국 코스와 비슷해서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를 거두게 되리라 믿는다"고 몸을 낮췄다.
그러나 우승하게 되면 펼칠 세리머니는 이들 모두 '비공개'를 선언했다.
매경오픈 때 큰 몸동작으로 우승 세리머니를 펼쳐 화제가 됐던 박상현은 "우승 세리머니는 본능적으로 나오는 것이다. 극적으로 우승하면 저절로 동작이 커지고 타수 차가 많아 여유 있게 우승하면 또 다르다"면서 "미리 생각해두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승혁도 "최근 2개 대회 우승자 세리머니가 크긴 컸다. 나도 좀 과감하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은 들더라"면서도 "어떻게 할지는 미리 정해두긴 좀 그렇다"고 말을 아꼈다.
김형성은 "물에 뛰어들까 생각 중인데, 물이 얼마나 깊은지 알아봐야겠다"며 웃었다.
통산 46승을 거둔 이들 5명의 출전 선수들은 '아이언샷을 잘 치는 선수가 우승할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최경주는 "잭 니클라우스가 설계한 코스는 높은 탄도로 그린에 원하는 지점에 세우는 선수에게 유리하다"면서 "코스 오른쪽에 벙커나 해저드를 배치해 컷 샷을 잘 치는 선수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니클라우스가 만든 코스에서 많은 경기를 해봤다는 위창수 역시 "티샷 떨어지는 지점은 넓지만 페어웨이 벙커에 들어가면 절대 그린을 노릴 수 없다"면서 "그린이 단단하고 입구가 좁아 아이언샷이 좋아야 우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날 회견에서 맏형 최경주는 "얼추 계산해봤더니 지금까지 7천만 개 가까이 공을 쳤다. 몸이 버텨내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면서 "거울을 보고 배가 나온 모습에 놀라 운동을 좀 심하게 했다가 골반 쪽이 틀어져 고생했다. 급격한 변화나 과한 훈련을 삼가고 잠자리, 음식, 스트레칭에 신경을 쓰라"고 후배들에게 조언했다.
최경주는 또 "우리 선수들이 미국에 진출하려면 비거리 차이를 좀 좁혀야 한다"면서도 "겁먹을 필요는 없다. 해봐야 안 될 것이라는 패배의식을 버리라"고 후배들을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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