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혼남 조카에 딸 강제결혼시킨 파키스탄 여성 유죄 선고

입력 2018-05-23 18:15  

재혼남 조카에 딸 강제결혼시킨 파키스탄 여성 유죄 선고
영국 버밍엄 거주…파키스탄에 딸 데리고 가 강제 성관계·결혼 시켜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영국 버밍엄에 사는 파키스탄계 가정의 A양은 2012년 엄마와 함께 새 아빠를 만나기 위해 파키스탄을 찾았다.
당시 13세였던 A양은 그곳의 이맘(성직자)으로부터 한 종이에 서명하기를 강요받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혼인동의서였다.
그날 밤 A양은 새 아빠의 조카이자 자신과 사촌관계인 한 남성과 성관계를 맺었다. 그는 A양 보다 무려 16살이 더 많았다.
A양은 영국으로 돌아온 뒤 임신한 것을 알게 됐다.
어린 나이의 A양이 임신한 것을 수상하게 여긴 지역보건의(GP)가 버밍엄시의 아동 서비스 담당자에게 연락했고, 곧 조사가 시작됐다.
그러나 A양의 엄마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10대 애들끼리 성관계를 가진 것"이라고 둘러댔고, 아동 서비스 담당자는 이를 그대로 믿었다.
A양은 임신중절 수술을 했고 이후 술과 마약,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에 시달렸다.
A양의 악몽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녀의 엄마는 18세 생일 선물로 아이폰을 사주겠다며, 파키스탄에 가족여행을 떠나자고 A양을 구슬렸다.
그러나 파키스탄에 도착하자 마자 A양의 엄마는 A양의 여권을 없애겠다고 겁준 뒤 A양의 사촌과 강제로 결혼시켰다.
A양은 결혼식 내내 울면서 저항했지만 A양의 엄마는 이를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A양은 "내가 자리에 앉자 그들은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했다. 엄마에게 결혼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며 울었지만, 그는 내 손에 결혼반지를 끼웠다"고 말했다.
A양은 수일 후 영국에 있는 친구에게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전했다.
A양 가족이 영국으로 돌아오자 사회복지서비스가 강제결혼 혐의 등으로 A양 엄마에 대한 법적 절차를 진행했다.
A양 엄마는 A양이 결혼한 것이 아니며, 그녀 스스로 파키스탄에 머물고 싶어 했다고 주장했지만, A양은 결혼식 사진을 사회복지사에게 제출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버밍엄 형사법원은 A양 엄마에게 제기된 강제결혼과 위증죄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렸다.
영국 진보 일간 가디언은 강제결혼으로 기소돼 처벌을 받는 것은 사실상 A양의 엄마가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검사 측은 "네 아이의 엄마인 A양의 엄마가 A양을 위협하고 조종해 남편의 조카와 결혼하게 했다"고 밝혔다.
A양의 엄마는 23일 형량이 선고될 예정이다.
pdhis9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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