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미국 케이블TV 대기업 컴캐스트가 21세기폭스 인수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경쟁사 디즈니보다 비싼 몸값을 제시하고 나섰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컴캐스트는 23일(이하 현지시간) 루퍼트 머독이 이끄는 미디어 그룹 21세기폭스에 디즈니가 제시한 것보다 높은 몸값을 100% 현금으로 지불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디즈니는 작년 12월 폭스를 524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하고 당국 승인 절차를 밟고 있다.
컴캐스트는 이날 성명에서 "아직 최종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으며, 현재까지 현금 지급 제안과 당국 승인 작업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컴캐스트의 공세로 폭스는 디즈니와 합병을 강행하는 데 주주들의 부담을 떠안게 됐다. 폭스는 올여름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실제로 이날 컴캐스트의 깜짝 제안으로 폭스 주가는 1.6% 상승 마감했다.
디즈니는 1.1%, 컴캐스트는 1.9% 떨어졌다.
영국계 행동주의 펀드인 TCI도 컴캐스트의 편을 들고 나섰다. TCI는 이날 "컴캐스트가 현금 인수 제안을 공식화하면 우리는 디즈니 제안보다 컴캐스트 제안을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TCI는 폭스 지분 7.4%를 갖고 있다.
하지만 폭스의 최대 주주인 머독이 컴캐스트 쪽으로 돌아설지는 미지수다. 머독 일가는 폭스 지분 17%를 소유하고 있는데, 컴캐스트의 현금 인수 제안을 받아들이면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자본 수익 세금을 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컴캐스트는 이날 현금 제안가격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앞서 로이터 통신은 이달 초 컴캐스트 제안가가 최대 600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 미디어 그룹의 인수합병 전쟁이 다시 한 번 불붙게 됐다.
투자자문업체인 JBL어드바이저스의 애널리스트인 제프리 록스돈은 컴캐스트가 폭스 인수전에서 승리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면서 "경쟁 때문에 몸값이 치솟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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