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공시 135개사 중 129개사 최종등급, 자체신용도보다 높거나 같아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 대기업 계열사와 금융회사들이 자체 신용평가를 보수적으로 해 최종 신용등급은 이보다 높거나 같게 매겨진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1분기 자체신용도를 공시한 135개사(금융회사 63개, 일반기업 72개)를 분석한 결과 129개사의 최종등급이 자체신용도보다 높거나 같았다고 24일 밝혔다.
63개 금융회사 중 50개(79.4%)는 최종등급이 자체신용도보다 1노치(46개) 또는 2노치(4개) 높았다. 나머지 13개(20.6%)는 같았다.
노치(notch)란 알파벳에 '+, 0, -'를 붙여 나타내는 신용등급 세부단위다. 가령 BBB+ 등급에서 A- 등급으로 높아지면 1노치 상향된 것이다.
은행은 11개 모두 최종등급이 자체신용도보다 높았다. 최종등급 산출 과정에서 은행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 가능성이 고려된 것이다.
증권사는 20개 중 12개가 최종등급이 높아졌다. 7개 카드사와 16개 할부·리스사도 마찬가지였다. 주요 금융지주나 대기업 등 대주주의 지원 가능성이 고려됐다.
72개 일반기업은 53개가 대기업집단 계열사, 나머지 19개가 비(非)기업집단이다. 대기업 계열사 중 22개(41.5%)는 최종등급이 자체신용도보다 1노치 높았다. 계열의 지원 가능성이 고려됐다.
29개(54.7%)는 최종등급과 자체신용도가 같았지만, 현대오일뱅크와 두산[000150]은 오히려 최종등급이 1노치 낮았다. 이들은 각각 현대중공업계열과 두산계열에 대한 지원 부담이 영향을 미친 결과다.
비기업집단 기업 19개는 모두 최종등급과 자체신용도와 같았다.
계열사의 최종등급과 자체신용도에 차이가 있는 대기업은 SK(7개), LG[003550](6개), 롯데(3개), 두산(2개) 순이었다.
자체신용도는 올해부터 민간 금융회사와 일반기업을 대상으로 전면 공시 제도가 시행됐다. 이들 금융회사와 일반기업이 발행한 무보증사채가 대상이며, 후순위채권이나 조건부 신종자본증권도 무보증채에 해당하면 공시 대상이다.
금감원은 동일 회사의 자체신용도가 공시되기 전이나 후에도 회사채 발행금리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각 회사가 공시한 자체신용도보다 신용평가사가 매긴 최종등급을 기준으로 발행·유통금리가 결정되는 시장 관행 때문이다.
금감원은 "최종등급과 자체신용도 간 차등 요인의 적정성 등을 점검해 등급 산정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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