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노선전환' 실천조치될듯…北,선제행동으로 美에 상응조치 촉구 예상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북한이 이르면 24일 오후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이는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취재하기 위해 방북한 남측과 미국·영국·중국·러시아 등 5개국 취재진은 이날 오전 풍계리 현지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일기조건을 고려'하면서 행사를 진행하겠다고 앞서 밝힌 가운데, 풍계리가 있는 함경북도 북부 지역에는 밤부터 곳곳에 소나기가 올 것으로 예보돼 이날 중 행사가 이뤄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정부와 군, 정보당국도 북한이 풍계리 갱도 폭파를 위해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로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 핵실험장 폐기 동향과 관련, "전반적인 사항을 고려하면 오늘 행사가 이뤄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목전에 다가온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는 북한이 최근 전략적 노선을 전환하고 국제사회에 밝힌 비핵화 의지를 실행에 옮기는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은 지난달 20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핵무력과 경제 건설의 병진노선을 종료하고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한다는 새 노선을 채택했다.
이런 배경에서 지난달 27일 남북정상회담의 판문점 선언에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명시하는 데 동의했으며, 미국과도 다음 달 12일 북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체제안전 보장을 교환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는 북한이 당 전원회의 당시 병진노선 종료와 관련된 결정서에 명시한 사항으로, 사실상 북한의 노선 전환을 '실천'하는 성격이 있다.
북한은 핵실험장 폐기 실무계획을 밝힌 이달 12일 외무성 공보에서도 "(노동당) 전원회의 결정에 따라 진행되는 북부 핵시험장 폐기"라고 표현하는 등 이것이 전략노선 전환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이뤄지는 조치라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최근 북미 간에는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회담 연기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고, 미국 고위당국자들의 '리비아 모델' 언급에 북한이 잇따라 반발하며 정상회담 재고려를 위협했다.
그럼에도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예정대로 진행하는 것은 북미정상회담으로 나아가기 위한 비핵화 조처의 '본류'는 이어가겠다는 뜻을 재확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일부 갱도가 여전히 사용 가능한 상태로 알려진 풍계리 핵실험장을 외신이 지켜보는 가운데 폐기함으로써, 비핵화 의지를 국제사회에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의미가 있다.
특히 '단계적·동시적 이행'을 강조해 온 북한이 미국의 어떤 보상조치 없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먼저 실행에 옮기려 하는 데 주목하는 시각이 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이 아무 보상도 없이 선제적 조치를 하려 한다는 점"이라며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의지뿐 아니라 이것을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상당히 유연성을 보일 수 있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이런 점에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앞으로 북미정상회담에서의 비핵화 논의 전망에도 긍정적 요소가 될 수 있다. 미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이번 주말 북미 당국자들이 싱가포르에서 실무접촉을 할 예정이어서, 폐기 행사는 접촉 분위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행사를 예정대로 진행할 경우 앞으로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미국과의 사전협상 과정에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선제로 단행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미국의 상응 조치를 촉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지난 22일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행사를 언급하며 "평화를 위해 상대방에게 상응한 행동 조치를 촉구하는 선제조치"라고 강조했다.
김동엽 교수는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한 나름대로 로드맵을 갖고 있고, 여기에는 자신이 하는 행동에 충분한 보상을 받겠다는 것이 깔렸다"고 분석했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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