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회복에도 수요 급감…배 재배 면적 10년 만에 '반토막'

입력 2018-05-27 06:06  

수출 회복에도 수요 급감…배 재배 면적 10년 만에 '반토막'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보고서…"트렌드 변화·이른 추석에 수요 줄어"



(세종=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한때 사과와 더불어 남녀노소 즐겨 먹는 한국 과일의 '대표주자'였던 배의 재배 면적이 10년 만에 절반 이하로 대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낸 '주요 과수 실태 파악을 위한 심층 조사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배 재배 면적은 1만837㏊로 2007년 2만2천563㏊보다 52%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
배 재배 면적이 10년 사이에 무려 절반 이상 곤두박질친 것이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우리나라 배 최대 주산지는 전남으로 재배 면적이 3천62㏊에 달해 전체의 28.3%를 차지했다. 이어 충남 2천534㏊(23.4%), 경기 2천65㏊(19.1%), 경북 1천309㏊(12.1%), 경남 759㏊(7.0%) 등으로 나타났다.
배 재배 면적 감소율이 가장 큰 곳은 경북으로 74%나 됐다. 최근 10년 사이에 배 재배 면적의 4분의 3가량이 사라졌다는 뜻이다.
충북 66.9%, 전북 56.2%, 경북 55.2%, 경기 54.4% 등의 지역들도 감소율이 높았다.
보고서는 "지난해 전남·충남·경기 3개 도의 재배 면적 비중은 70.7%에 달한다"며 "이는 2007년 61.8%보다 8.9%p 높아진 것으로, 재배 집중이 심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배 재배 면적은 최근 10년간 연평균 7.1%씩 줄어든 꼴"이라며 "도시 개발, 다른 작목으로의 전환, 배수요 감소에 따른 농가의 수익성 악화 등이 주요 원인으로 판단된다"고 짚었다.

품종별로 따져보면 최근 10년간 맏형격인 '신고' 집중이 심화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2007년에는 신고가 79.9%로 수위를 달리는 가운데 '원황' 5.4%, '장십랑' 2.5%, '화산' 2.2%, '추황배'·'황금배' 각각 1.7%, '감천배' 1.2%, '풍수' 0.7% 등도 낮게나마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신고 단일 품종이 86.3%로 6.4%p 증가했다.
보고서는 "1982년 장십랑·만삼길·금촌추의 재배 면적 합은 63.8%였다"며 "그러나 1970년대부터 신고 품종이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이 세 품종의 비중이 점차 낮아지기 시작해 2002년에는 5.4%까지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최근 10년간 배 재배 면적이 이렇게 감소했지만, 수출량은 오히려 10년 내 최고치에 근접하는 추세를 보여 대조를 이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수산식품수출지원정보에 따르면 10년간 배 수출량은 2009년 2만7천235t으로 최고점을 기록한 뒤 2010년 2만3천98t, 2011년 1만7천989t, 2012년 1만5천709t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그러다가 이듬해 다시 반등에 성공해 2013년 2만163t, 2014년 2만3천141t에 이어 지난해에는 2만7천217t까지 올라왔다. 2009년 수출량에 근접하게 회복한 것이다.
이처럼 수출이 'V자' 회복을 보였음에도 재배 면적이 반 토막 난 데에는 그만큼 국내 시장에서 배 수요가 쪼그라들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뒤집어서 국내 수요가 줄다보니 배 농가가 해외에서 판로를 개척하려 했다고도 볼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최근 과일 트렌드는 '깎아 먹는' 종류보다는 오렌지·바나나·포도 등 손으로 바로 껍질을 벗겨 먹을 수 있는 종류가 선호도가 높다"며 "주로 명절 제수나 선물용으로 인식된 배는 젊은 층의 선택지에서 한층 빗겨가 있는 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배 수요는 설과 추석에 70%가 몰려 있는데, 최근 몇 년간 '이른 추석'이 찾아오면서 배 출하도 전에 명절이 먼저 오는 상황이 빚어졌다. 수확을 빨리하고자 생장촉진제를 맞히면 과일의 단단함이 떨어지는 문제도 나타난다"며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선물 수요가 줄어든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ts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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