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운동에 필수…사회관계망 '밴드의 재발견'

입력 2018-05-25 07:31  

선거운동에 필수…사회관계망 '밴드의 재발견'
회원 수 늘여 지지세 과시, 남의 밴드서 선거운동도



(대구=연합뉴스) 이강일 기자 = 대구시민 A(47·수성구)씨는 최근 정치인 B씨에게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하나인 '밴드' 가입 초청을 받았다.
초청한 정치인 B씨를 평소 알고 지냈기에 별다른 거부감없이 밴드에 가입했다. 해당 밴드에는 이미 800여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었다.
A씨가 정치인 밴드에 가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특정 정당 경선을 앞두고 B씨와 경쟁 관계에 있던 C씨 밴드에 먼저 가입을 했다. C씨 밴드에도 1천명이 넘는 회원이 활동하고 있었다.
또 혈연이나 학연 등 이유로 다른 지역 정치인이나 그 지지자들이 만든 밴드에도 가입 초청이 있을 때마다 응했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밴드'가 선거운동 필수 항목으로 자리 잡았다.
보통 밴드가 같은 취미나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 것과는 달리 선거용 밴드는 특정 정치인의 동향을 알리고 정책을 홍보하는 선거운동 수단으로 이용된다.
페이스북 등 일부 SNS와는 달리 실명 인증을 거쳐 회원으로 가입해야 게시물을 볼 수 있는 등 선거운동에 필수인 '보안유지(?)' 기능이 뛰어나다는 특징도 있다.


이 때문에 지방선거 출마 예정자들은 앞다퉈 밴드를 만들어 선거운동에 활용하고 있다.
대구시장이나 교육감 등 광역단체장 선거 경우 출마자뿐 아니라 지지자들도 너도나도 밴드를 만드는 바람에 선거와 관련한 밴드가 여러 개가 되는 후보도 있다.
이처럼 밴드가 선거운동 필수 항목으로 자리 잡으면서 밴드 운영자들은 회원 수가 지지세 척도로 여겨질 수도 있다고 보고 회원 수 늘이기에 필사적이다.
B씨처럼 후보자가 직접 지인들에게 문자 등 방법으로 연락해 밴드 가입을 요청하거나 밴드에 가입한 후보 가족이나 열성 지지자가 밴드 가입을 요청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때문에 일부 밴드에는 거의 매일 게시물을 올리는 열성 지지자들도 있지만 회원 수 증가에만 도움을 준 껍데기 회원도 상당수다.
A씨도 가입한 대부분 밴드에 게시글을 쓴다거나 사진을 올리는 일은 하지 않는다. 게시물도 가끔 볼 뿐 잘 확인하지 않는다.
A씨는 "밴드 가입 요청이 왔는데 알고 지낸 사이에 가입은 하지만 상대 후보와 관계도 무시할 수 없어 특별한 활동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선거를 위해 한번 만들어진 밴드는 당사자뿐 아니라 다른 정치인들이 이용하기도 한다.
당내 경선에서 경쟁후보에 져 출마할 수 없는 C씨 밴드에는 A씨를 포함해 1천명이 넘는 회원이 여전히 가입해 있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C씨가 다음 선거에 출마하는 터전을 다지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남아있다. 회원 수가 많은 밴드에서 활동하며 자신을 알리려는 정치 신인들도 상당수 있다.
광역단체장 경선에 나섰던 C씨 밴드에는 기초의원이나 광역의원에 출마한 인지도 낮은 일부 정치 신인들이 거의 매일 게시물을 알리며 활동한다.
한 밴드 운영자는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다음 선거를 생각하기 때문에 회원 수 유지와 관리를 위해 자기 밴드에서 다른 정치인이 선거운동을 하더라도 자신의 이미지를 훼손하지 않는다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leek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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