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소득 급감 왜?…최저임금 인상 vs 고령자 급증

입력 2018-05-24 18:06  

저소득층 소득 급감 왜?…최저임금 인상 vs 고령자 급증
최하위 20% 가구에 70세이상 비중 43%로↑…"경기 영향도"
"최저임금 인상에 임시직 줄고 저소득층↑…더 지켜봐야"

(세종=연합뉴스) 이 율 민경락 기자 = 올해 1분기 저소득층의 가계소득이 역대 최대폭 급감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올들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단기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지만, 정부는 아직 속단하기에는 이르다며 고령자가구 급증이 원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1분기 고용지표가 최악으로 치닫고 임시일용직 일자리가 줄어든 데 더해 저소득층의 소득마저 줄면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과 산입범위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저소득층 가계소득 급감 왜? …정부 "고령자 가구비중 급증·경기 영향"
24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소득 하위 40%(1∼2분위) 가계의 명목소득은 역대 최대로 급감했다.
소득 1분위(최하위 20%) 가계의 명목소득은 월평균 128만6천700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8.0% 줄어들어 2003년 통계집계가 시작된 이후 최대규모로 급감했다. 1분위의 1분기 명목소득이 120만원대로 떨어진 것은 2013년 1분기(128만9천806원) 이후 5년 만에 처음이다.
특히 근로소득은 13.3%, 사업소득은 26.0% 급감해, 가파른 소득 감소세를 이끌었다.
차하위 계층인 소득 2분위(하위 20∼40%) 가계의 명목소득도 272만2천600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4.0% 줄어들어 역시 통계집계 이후 최대 감소율을 기록했다.
기획재정부는 이같이 저소득층, 특히 최하위 20%의 근로소득이 급감한 가장 큰 원인은 1분위 가구주 중 고령층 비중이 급증한 데 있다고 설명했다.
1분위 가구주 중 30% 중반에 머물던 70세 이상 비중이 올해 1분기 갑자기 43.2%대로 급등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1분위 가구주 중 70세 이상 비중은 2015년 1분기 29.1%, 2016년 1분기 33.4%, 지난해 1분기 36.7%에 이어 1년 만에 6.5%포인트 급등해 올해 1분기 40%대를 돌파했다.
이에 따라 1분위 가구주 평균연령은 63.4세로 40∼50대인 2∼4분위 가구주보다 압도적으로 높아졌다. 전체 가구 중 70세 이상 비중은 12.6%에 불과하다.
1분위에 고령자가구 비중 증가로 무직과 일용직 비중도 증가해, 근로소득을 끌어내렸다는 설명이다. 고령층은 은퇴 후 무직이나 일용직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일용직은 소득이 낮을뿐더러 고용도 부진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작년 하반기부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갈등 영향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감소해 서비스업과 도소매음식숙박업에서 임시일용직 고용이 부진했고, 건설업도 올해부터 고용이 부진한 점도 1분위 가구의 근로소득 감소로 이어졌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통계청은 경기 요인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계청 김정란 복지통계과장은 "고령화 추세에 따라 퇴직 가구가 1분위에 많이 편입되면서 1분위 소득이 급감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경기 상황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 경제전문가 "최저임금 인상 단기적 부작용…저소득층 확대 효과"



경제전문가들은 저소득층의 가계소득이 급감한 배경에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단기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했다.
고령화가 급진전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아직은 의미 있는 통계자료를 확인할 수 없다며 최저임금 인상 영향이 있었는지 판단하기에는 다소 이르다는 입장이다.
LG경제연구원 이근태 수석연구위원은 "최저임금 비중이 높은 산업의 고용이 축소되고 있는 것을 보더라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에 차질이 생기고, 임시직 고용이 줄면서 저소득층이 확대되는 효과가 단기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장기적으로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효과로 소득증가가 수요확대와 고용증대로 이어지는 선순환효과가 나타날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들어 고령화 효과가 뚜렷이 커지고 있고 생산가능인구가 급감하고 있는 점은 분명하다"면서 "고령층 은퇴 본격화가 구조적인 저소득층 증가로 이어질지, 이로 인한 부작용을 최저임금 인상이 얼마나 보완해줄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저소득층 소득이 크게 줄어든 것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취약업종에서 일하는 계층이 해고 등으로 타격을 받아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부작용을 간과하지 않으면 좋겠다"면서 "내년 최저임금 인상 폭 결정 시 이런 점을 고려해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올해 1월 1일부터 시간당 최저임금은 7천530원으로 올해 6천470원보다 16.4% 인상했다. 이는 2000년 9월∼2001년 8월(16.6% 인상) 이후 17년 만에 최대 인상 폭이다.
yuls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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