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클래식FM '가정음악' 진행…"라디오가 절 편안한 존재로 만들어"
"내년 데뷔 40주년…내 본질을 잃지 않는 배우로 남고 싶어"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30초짜리 스폿 녹음하는 데도 긴장이 되더라고요. 오래 했지만, 아무래도 11년만이니까요. 신인이 된 기분이에요.(웃음)"
오는 28일 KBS클래식FM(93.1㎒) '김미숙의 가정음악'을 통해 11년 만에 라디오 DJ에 복귀하는 배우 김미숙(59)은 오랜 시간 라디오를 떠나있었지만, 마음속에 늘 라디오가 있었다고 했다.
최근 서울 여의도 KBS에서 만난 그는 "연기자로서 연기를 정말 사랑하지만 또 마음 한편에는 '내가 있어야 할 곳은 라디오'라는 회귀본능이 있는 것 같다"며 "11년 전 '세상의 모든 음악'을 작품 스케줄과 아이들 양육 문제로 그만둘 때도 참 아쉬웠다"고 말했다.
"라디오로 저를 좋아해 주신 분도 많았기에 라디오를 그만둔 순간부터 최근까지 누군가 만날 때마다 '라디오 왜 안 하느냐'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방송국의 러브콜도 계속 있었고요. 그래서 올해는 더는 미루면 안 되겠단 생각을 했어요. 이번에도 거절하면 영원히 안 부를까 봐요. (웃음) 다시 음악도 많이 듣고, 음악회도 가고, 음악 잡지도 보고, 다시 절 위한 시간들을 갖고 싶네요. 적어도 5년은 계속해보려고요."
안방극장과 라디오를 오가며 '국민 첫사랑'으로 불리던 시절부터 팬이 된 이들은 이번 김미숙의 복귀를 누구보다 기뻐한다고 한다.
"이렇게들 라디오에 관심이 많았나 싶을 정도로 축하해주시고 기뻐해 주세요. '넌 라디오가 참 잘 어울리는 사람이야, 결정 잘했다'는 말씀 참 감사하죠. 이분들이 모두 제 시간대 청취자로 와주셔야 할 텐데요. (웃음) 팬들의 관심이 고마우면서도, 부담도 돼요. '옛날 같지 않네' 하실까 봐요."
김미숙은 그러면서도 처음부터 너무 욕심내진 않겠다고 했다.
그는 "당분간은 주어진 식재료로 요리하는 요리사란 생각으로 적응할 생각"이라며 "11년 만에 복귀했는데 어떻게 상 차릴까 하며 레시피를 꺼내 들기엔 이르다"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오롯이 음악들을 전달하고, 그 곡 속에 담긴 연주자들의 인생을 청취자와 공유하는 메신저 역할에 충실해지고 싶다"고 강조했다.
월드뮤직부터 가요, 팝까지 과거 라디오에서 다양한 음악을 들려준 그는 클래식 중에서는 차이콥스키와 라흐마니노프, 슈베르트의 곡들을 좋아한다고 했다.
"제가 음악을 가려서 듣는 편은 아녜요. 그때그때 기분이나 상황에 따라 듣죠. 클래식을 집중해 들으면서 작곡가와 연주자의 상황을 상상하기도 했다가, 그게 피곤해지면 가사를 음미할 수 있는 가요나 팝을 듣고요. 그러다 또 그런 '언어'들이 진부하게 느껴질 때는 연주곡으로 돌아오죠."
그는 매일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프로그램을 책임지는 게 쉽지는 않은 일이라는 말에 "고등학교 2학년생인 딸이 등교할 때 저는 방송국으로 출근한다는 각오로 열심히 할 것"이라며 "지금은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으려 한다"고 다짐했다.
김미숙은 내년 2월이면 배우 데뷔 40주년을 맞는다. 1979년 KBS 6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그는 지금 톱스타들을 능가할 정도의 전성기 시절을 거쳐 중견에 접어들기까지 특유의 우아하고 고운 이미지를 잃지 않고 있다. 작품 역시 1년에 한 편 정도 꼬박꼬박 하고 있다.
"40주년이라니, 어떻게 이렇게 시간이 갔나 싶어요. 그런데 전 정말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아서 연기자로서나, DJ로서나 행복한 시간을 보낸 것 같아요. 한 번씩 어려움이 와도 결과적으로는 제가 고민한 것의 몇 갑절이 되는 축복으로 돌아왔거든요. 그저 일상에 감사해요. 40주년이라고 특별한 계획이 있다기보다는, 이 일상을 계속 누리고 싶어요. 한가지 희망이 있다면, 20년 만에 연극무대에도 한번 서고 싶네요."
그는 "전성기 때나, 여러 오해와 질투로 힘들 때나, 지금이나 저는 늘 순리대로 살려고 노력했다"며 "'국민 첫사랑', '결혼하고 싶은 여자', '닮고 싶은 스타일' 등 수많은 수식어 속에 있던 시절에도 한 번도 스스로 나서본 적이 없었다. 전 그저 네 자매 중 큰 언니, 엄마 아빠의 딸, 그저 편안한 친구로 살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특유의 편안한 분위기를 풍기게 된 것은 라디오 힘이 컸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라디오가 절 편안한 존재로 만들어주는 힘을 가진 것 같아요. 라디오는 한번 말하면 일파만파, 돌이킬 수 없잖아요. 그래서 한 번 더 생각하고 말하게 되고, 역지사지하게 되죠. 똑똑한 척하기보단 겸손하게 되고요."
김미숙은 어떤 배우이자 DJ로 영원히 기억되고 싶으냐는 물음에는 "사람들 각각의 마음속에 이미 저는 어떤 '그녀'로 각인돼 있을 것"이라며 "실망하시지 않게 관리하는 일만 남았다"고 했다.
"저도 팬들도 오랜 세월 서로 보아온 거잖아요. 그만한 추억과 공감대가 있죠. 그게 실망스럽다고 생각하시지 않게 제가 저를 관리하는 일이 남았죠. 관리하는 방법요? 어떤 일을 접하든, 어떤 사람을 만나는 제 본질을 잃거나 버리지 않는 거라고 생각해요."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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