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돌연 6ㆍ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은 충격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앞으로 보내는 공개서한을 백악관이 공개하는 형식으로 북미 정상회담 취소 방침이 공표됐다. 전날 한미 정상회담에서 '특정한 조건'을 충족하지 않을 경우 연기 가능성을 내비치기는 했지만, 이 발언을 대체로 협상 압박용 발언으로 받아들였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예정대로 회담이 열리는데 무게를 실은 터라 이틀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취소 발표는 어안이 막히게 하는 예상 밖의 전개 과정이다. 게다가 북한이 비핵화 이행의 첫걸음으로 이날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고 국제사회에 공개한 뉴스가 타전되고 불과 몇 시간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의 취소 통보인 탓에 충격의 강도는 더욱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밝힌 서한에서 "최근 당신들의 발언들에 나타난 극도의 분노와 공개적 적대감에 근거, 애석하게도 지금 시점에서 회담을 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느낀다"며 "싱가포르 회담은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6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강경 발언을 겨냥한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 24일 '리비아 전철' 발언을 고리로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 대한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비판 담화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트럼프 행정부가 투입한 정치 외교적 에너지를 고려할 때 정상회담 취소를 결정한 데는 공개되지 않은 다른 속사정이 있거나, 벼랑 끝 거래에 능한 트럼프 대통령의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있을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회담 취소 배경과 내막을 살펴봐야겠지만, 이대로 북미 정상회담이 무산된다면 한반도에 65년 만에 찾아온 평화의 기회가 멀어진다는 점에서 대단히 안타까운 일이다. 정상회담이 예정된 시점에 개최되지 못하는 것은 어느 일방의 책임이라기 보다, 한반도 평화를 향한 염원이 반세기 이상 적성국으로 지내온 북미 양자 불신의 벽을 끝내 넘어서지 못한 데서 기인한 것으로 봐야 할 것 같다.
당초 북한 비핵화 로드맵을 논의하는 실무 협상이 주말 싱가포르에서 열리기로 한 터라 트럼프의 취소 통보는 협상 쟁점의 실무적인 견해차가 아니라 최근 일련의 상호 언쟁에서 비롯된 정치적 판단이 배경으로 보인다. 트럼프 특유의 도박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인내심과 상호 배려심을 발휘하지 않은 채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흐름을 끊는 이런 식의 맺음을 택한다면 누구도 승자가 아니라고 역사는 기록할 것이다. 비록 6월 12일 싱가포르 회담은 무산되더라도 냉각기를 갖고 북미 협상의 흐름을 복원하는 것이 북미 모두가 승리하는 길이고,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위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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