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무산] 북핵폐기 30년 노력 이번에도 물거품되나

입력 2018-05-25 01:03   수정 2018-05-25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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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회담 무산] 북핵폐기 30년 노력 이번에도 물거품되나

'긴장→협상과 합의→취소' 재연…대북제재 국면 지속 관측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예정됐던 6·12 정상회담 취소 방침을 밝히면서 북핵 폐기 노력이 이번에도 물거품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980년대 말 북한 핵시설 사진이 공개되면서 수면 위로 떠오른 북핵 문제는 이후 30년간 북한의 도발과 긴장 고조, 타협과 보상, 파기라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양상으로 흘러왔다.
과거와 다른 새로운 차원의 북핵 해법이 도출될 수 있으리라 기대됐던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를 3주도 남기지 않고 무산되면서 앞선 '실패'의 패턴이 재연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거슬러가 보면 북한의 핵개발 의혹이 제기되고 1993년 북한의 NPT(핵확산금지조약) 탈퇴 선언과 미국의 북한 핵시설 폭격 움직임으로 위기가 고조되면서 '1차 북핵위기'가 불거졌다.
하지만 당시 지미 카터 미국 전 대통령의 방북 등으로 북미대화 계기가 마련됐고, 양측은 1994년 10월 21일 북한의 핵시설 동결과 미국 등의 경수로·중유 제공을 골자로 한 '제네바 북미 기본합의문'(제네바 합의)을 체결했다.
그러나 2001년 미국에서 발생한 '9ㆍ11테러'를 계기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듬해 국정연설에서 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목하며 다시 북미간 갈등이 고조됐다.
특히 북한이 비밀리에 고농축우라늄(HEU) 개발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미국이 대북중유 공급중단 조처를 하고 북한이 이에 맞서 핵시설 재가동을 선언하면서 '2차 북핵위기'가 발생하며 제네바합의는 사문화했다.

2차 북핵위기는 중국이 의장국을 맡는 다자협의체인 6자회담(2003년 8월 개시)에서 다뤄졌다. 이를 통해 2005년 9월에는 북한 핵문제 해결 로드맵을 담은 '9·19 공동성명'이 나왔다.
하지만 직후 북한 지도부의 비자금 창구로 알려진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에 대한 미국 재무부의 금융 제재에 북한이 반발하고 2006년 10월 첫 핵실험까지 감행하며 다시 긴장이 치솟았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북미 양자대화의 판이 차려졌고,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초기 조치 내용을 담은 '2·13합의'(2007년)가 이뤄졌다.
이에 따라 북한이 해외 언론이 중계하는 가운데 핵개발의 상징인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하는 이벤트를 하고, 미국도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면서 북핵 해결과 북미관계가 진전하는 듯했다.
그러나 2008년 북핵 검증방법을 둘러싸고 한미와 북한이 충돌하면서 9·19 공동성명 역시 사문화의 길로 접어들었다.

<YNAPHOTO path='AKR20180525003600014_02_i.jpg' id='AKR20180525003600014_0201' title='[북미회담 무산] 트럼프, 6·12 싱가포르 북미회담 전격 취소' caption='(서울=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예정돼 있던 6·12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취소 방침을 밝혔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김정은 국무위원장 앞으로 보내는 이러한 내용의 서한을 재전송(리트윗)하며 "슬프게도, 나는 김정은과 싱가폴에서 정상회담을 취소해야만 했다"라는 글을 남겼다. 2018.5.25 [도널드 트럼프 트위터 캡처=연합뉴스] '/>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인 2012년 북미는 김계관 당시 외무성 제1부상과 글린 데이비스 대북정책 특별대표 간의 베이징 협의를 거쳐 북한의 핵동결·미사일 발사 유예와 미국의 대북 식량 지원을 골자로 하는 '2·29 합의'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불과 2개월도 지나지 않아 북한이 장거리 로켓 '은하 3호'를 발사하면서 무효로 됐다.
<YNAPHOTO path='C0A8CA3D00000163962EB4A8000D8AF1_P2.jpeg' id='PCM20180525000426044' title='널뛰는 북미 관계, 롤러코스터 타는 북미사(PG)' caption='[제작 이태호] 사진합성, 일러스트' />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인내'를 유지해온 오바마 행정부가 임기를 마치고 지난해 워싱턴 주류와는 다른 성향의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입성하면서 북미 관계가 어떻게 펼쳐질지 관심이 쏠렸다.
취임 첫해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거듭하는 가운데 김정은 위원장과 '설전'을 벌였던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관계 개선 흐름 속에 지난 3월 김 위원장의 정상회담 요청을 수락하며 북미관계 개선을 기대케 했다.
이어 남북은 지난달 27일 정상회담에서 '판문점 선언'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하며 다가올 북미정상회담에서의 정상간 합의를 통한 비핵화 해법 도출 가능성을 높였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두 차례 방북해 김 위원장과 회동하고, 이 과정에서 억류됐던 미국인 3명이 석방되는 등 긍정적 신호도 잇따랐다.
하지만 '리비아식',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 등 구체적인 비핵화 방법과 이에 대한 보상을 두고 의견 충돌을 빚은 끝에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취소를 선언했다.
특히 북한이 예고했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조치를 단행한 날이어서 놀라움은 더욱 컸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취소에 따라 앞으로 북미관계가 급속도로 얼어붙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지금으로서는 비핵화를 위한 남북미 간 다른 합의나 북한의 추가적 조치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hapyr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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