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지' 남겨둔 北美, 소강 국면 후 대화 재개 탐색 가능성

입력 2018-05-25 10:29   수정 2018-05-25 10:34

'여지' 남겨둔 北美, 소강 국면 후 대화 재개 탐색 가능성
북미회담 취소에 北절제된 반응…北, 美에 새로운 '안' 제시할수도
美 핵무기 조기처리 요구·北 단계적 해법 간 괴리…장기교착 배제못해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격적인 북미정상회담 취소에 북한이 절제된 반응을 보임에 따라 양측이 약해진 대화의 동력을 다시 살려갈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일단 외교가는 양측이 모두 대화의 여지를 남겨뒀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회담 취소 통보용 공개서한을 통해 "이 가장 중요한 회담과 관련해 마음을 바꾸게 된다면 부디 주저 말고 내게 전화하거나 편지해달라"고 한 점이 눈에 띈다.
북한은 25일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명의 담화에서 "조선반도와 인류의 평화와 안정을 위하여 모든 것을 다하려는 우리의 목표와 의지에는 변함이 없으며 우리는 항상 대범하고 열린 마음으로 미국 측에 시간과 기회를 줄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상황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고 여지가 남아있다"며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취소 발표 후 그 다음 날 아침 일찍 담화를 낸 것은 이례적인데, 뭔가 빨리 수습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회담은 취소했지만 북미 어느 쪽도 작년의 '강 대 강' 대결 구도로 돌아가려는 의지는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일정한 소강 국면후 다시 북미대화 모색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측이 시간을 끌지 않고 톤을 낮춘 대응을 했고, 양측 모두 대화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는 점에서 정상회담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양측이 상대의 선제적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교안보분야의 한 전직 관료는 "미국이 절대 판을 깨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 속에 회담 취소 직전까지 대미 압박을 했던 북한이 당혹감을 느끼는 것 같다"며 "북한이 모종의 양보안을 미국에 내밀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중국의 중재 노력 속에 북미가 일괄타결(미국)과 단계적·동시적 해법(북한) 사이의 접점을 찾는 노력을 계속한다면 북미관계와 한반도 정세는 최소한 어느 정도 관리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핵무기 등 북한 핵무력의 핵심을 초장부터 제거하려는 미국과, 핵무기는 최후의 순간까지 보유한 채 단계적으로 '주고받기'를 하려는 북한의 의중 사이에는 여전히 상당한 괴리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특히 기념주화까지 만들어가며 기정사실화했던 북미정상회담을 깬 미국으로서는 핵무기와 핵물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조기 반출을 포함하는 단기간 내 비핵화와 고강도 검증, 일괄타결 등에서 쉽사리 입장을 물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북미대화의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판단이 드는 시점에 북한이 다시 핵무력 강화의 길로 나아가고, 미국은 대북 제재 압박을 강화하는 악순환이 재발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북한이 핵·ICBM 실험 중단을 선언한 데 이어 핵실험장을 자진 폐기하고, 미국인 억류자를 석방하는 등 성의를 보여 중국과 러시아 등은 미국 책임론을 강조할 수 있어 작년 하반기와 같은 국제사회의 일치된 대북 제재·압박은 기대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그럴 경우 대북 압박을 강조하는 미·일과 대화를 요구하는 북·중·러의 갈등선이 선명해지면서 한반도 정세가 장기 교착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외교안보분야 전직 관료는 "본격적인 '한 판'이 오고 있는 것 같다"며 "만약 북한이 양보안을 냈을 때 미국이 받지 않을 경우 그다음 북한의 반응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신범철 센터장은 "결국 비핵화 조건과 시기에 관한 조율이 진전되어야 하는데, 9월 9일 정권수립 70주년 행사를 대대적으로 치르길 희망하는 북한이 어떻게 나오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jh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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