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18년, 예쁜 역할보다 늘 재밌고 새로운 것 도전"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손예진(36)은 천생 배우다.
2001년 드라마 '맛있는 청혼'으로 데뷔해 연기 18년 차가 되기까지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쉬지 않고 오가며 본업에 충실해 왔다.
덕분에 그의 빛나는 미모는 다른 'CF스타'들과 달리 관객이나 시청자가 그의 연기에 더 몰입할 수 있게 하는 동력이 됐다.
"저도 쉬지 않고 연기하는 제 에너지가 신기해요. 그러면서도 어떤 순간엔 너무 두렵죠. 경력이 쌓이면서 여유가 생기는 건 좋지만, 연기자로서 자신을 도태하게 하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하고요. 연기 열정이 사그라지지 않았으면 해요."
JTBC 금토극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를 마치고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손예진은 천생 배우라는 말에 기뻐하면서도 복잡한 내면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영화 '클래식'(2003)부터 '내 머리속의 지우개'(2004), '작업의 정석'(2005), '아내가 결혼했다'(2018) 등과 드라마 '여름향기'(2003), '연애시대'(2006), '개인의 취향'(2010) 등에 이르기까지 손예진의 발자취를 보면 모두 히트작이기도 하지만 그 나잇대가 아니면 할 수 없었던 작품이라는 공통점도 발견할 수 있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진아도 딱 제 나이였잖아요. 그 나잇대에만 가질 수 있는 공감대가 있어요. 그래서 이번 작품도 결정했고요. 제가 연기의 기술적인 부분이 좋아졌다고 지금 '클래식'을 찍을 순 없잖아요. 항상 제 나이에 맞는 역할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엄마 역할을 할 때도 그러고 싶어요."
그는 또 "이전의 모습과는 다른, 새로운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도 항상 있다"며 "사람들이 보기에 예쁘고 대중적인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캐릭터보다는, 내가 봤을 때 정말 재밌는 작품을 한다. '이걸 한 뒤에 내 이미지가 어떻게 될까' 같은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손예진은 수많은 작품에 출연했지만,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특별한 작품으로 남을 것 같다고 했다.
"'상어' 이후에 오랜만에 하는 드라마라 걱정도 많았지만, 안판석 PD님에 대한 신뢰로 용기를 냈어요. '원 신(scene) 원 컷(cut)'을 고집하셔서 부담이 크긴 했지만요. (웃음) 대신 일상적인 대사들이라, '꼭 이것만 해야 한다'는 생각 없이 편안하게 연기했어요. 아름다운 곳에 있으면 아름답게만 연기해야 할 것 같은데 아파트 앞, 영화관, 놀이터, 차 안, 이렇게 현실적인 곳에 있으니 현실적인 연기가 나오더라고요. 그리고 워낙 봄비를 좋아하는데, 이번에 봄비가 정말 많이 왔어요. 우리 드라마에도 비 오는 장면이 많죠. 여러모로 2018년 봄을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서른 중반에도 미성숙한 진아의 모습에 답답해하는 시청자도 적지 않았다. 손예진 역시 많이 답답하고 아팠다고 했다.
"저 역시 진아가 안타깝고 짠했어요. 하지만 나이가 든다고 꼭 성숙한 건 아니잖아요. 드라마의 끝도 진아가 성장을 마친 지점이 아니라, 성숙해가는 과정에서 이뤄진 것 같아요. 진아와 준희(정해인 분)가 사랑하던 순간 역시 판타지보다는 화양연화 같단 생각을 했어요. 가장 좋은 순간을 찍으면서도 '앞으로 힘들 날만 남았다' 생각했죠. 극적인 요소들을 모두 제외하고 16부작을 끌고 갈 수 있을까 고민도 했지만, 그게 우리의 현실인 걸요.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얘기를 하는 것 같아도 분명히 존재하는 미묘한 차이를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손예진은 이번 작품에서 힘을 많이 뺐다고 한다. 그는 "오랜만에 드라마 하니까 열심히 연기해야지 다짐하면 뭔가 촌스러워질 것 같아서, 최대한 뭘 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으로 연기했다"며 "오래 연기하다 보면 기술적인 부분들이 발달해 느끼해질 수도 있는데, 기름기를 빼고 싶었다"고 말했다.
함께 호흡한 정해인에 대해서는 "최근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 함께한 (소)지섭 오빠한테 받은 든든한 마음을 해인 씨한테 주고 싶었다. 보호해주고, 챙겨주고 싶은 느낌"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누나' 역할이 나이 들어 보여 서운하지 않았느냐는 짓궂은 질문에는 이렇게 받아쳤다. "밥 잘 사주는 그냥 누나가 아니고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잖아요. (웃음)"
lis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