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핵합의·철강관세 갈등' 美·EU 불화 증폭 전망
한국 '미 움직임에 촉각' 중국 '반대' 일본 '유감'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미국 우선주의와 공정 무역을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에는 자국으로 밀려드는 수입 자동차 행렬에 제동을 걸려고 하자 세계 자동차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자의적 판단이 가능한 국가안보를 잣대로 들이대 수입 자동차에 고율의 관세를 물릴 경우 자동차와 관련 부품의 국제 공급망이 혼란에 빠지고 세계 교역질서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국 자동차산업을 보호하고 막대한 무역적자도 줄이겠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이지만 '관세 폭탄'을 맞을 수도 있는 독일과 일본, 한국 등 대미 자동차 주요 수출국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게 됐다.
특히 이란핵합의, 유럽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고율의 관세를 놓고 다투고 있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불화'가 더욱 깊어지는 모양새다.
미국이 지난 23일(현지시간)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자동차와 관련 부품의 수입이 자국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기 위한 조사에 착수하자 국제적인 비난이 일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4일 전했다.
미국의 수입차 관세는 세단 등 일반 차량 2.5%, 픽업트럭 25% 수준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최고 25%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FT는 미국이 수입차에 높은 관세를 매기면 폴크스바겐, 다임러, BMW 같은 자동차업체를 둔 독일 등 전통 우방들에 또 다른 큰 경제적 타격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른하르트 마테스 독일자동차공업협회(VDA) 회장은 "관세장벽 확대는 피해야 한다"며 "독일 자동차업계는 항상 전 세계적인 상호 관세 철폐와 자유무역 협정을 요구해왔다"고 말했다.
세실리아 말스트롬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미국이 자동차 수입에 대해 국가안보를 거론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며 미국의 관세 부과 때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중국도 전쟁이 벌어졌을 때나 드물게 적용할 수 있는 WTO의 국가안보 관련 규정을 활용하는 데 반발했다.
가오펑(高峰)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중국은 국가안보 조항의 남용에 반대한다"며 "이는 다자간 무역체제에 심각한 해를 끼치고 정상적인 국제 교역질서를 무너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이례적으로 강경한 어조로 반응했다.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일본 경제산업상은 "그런 광범위한 무역제한이 이뤄지면 세계 시장을 혼란에 빠뜨릴 것"이라며 "WTO의 다자간 무역체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극히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한국 또한 가장 큰 자동차 수출시장인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내부적으로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수입차 때리기'가 현재 진행 중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지렛대이자 압박용 카드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은 2017년 827만 대의 승용차와 경트럭을 수입했는데 이중 절반 이상이 NAFTA 회원국인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만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kms123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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