믹스더블 평창올림픽 활약으로 눈길…세계선수권 4강 쾌거
"성장에 뿌듯…어떤 선수가 돼야 할까 생각 중"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컬링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낳은 대표적인 히트 상품으로 꼽힌다.
여자컬링 대표팀은 "영미∼" 열풍을 일으키며 한국 컬링 역사상 최초의 올림픽 메달인 은메달을 따내며 새 역사를 썼다.
그러나 여자컬링과 남자컬링이 평창동계올림픽 무대에 서기 전 국민에 컬링의 매력을 알린 이들이 있다.
믹스더블(혼성 2인조) 대표팀 장혜지(21)와 이기정(23)이다.
장혜지-이기정은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예선을 통과하지는 못했지만, 끈질긴 승리욕과 투지, 그리고 특유의 발랄한 매력으로 컬링의 매력을 알렸다.
이들의 활약에 '비인기 종목'이던 컬링을 향한 응원도 점차 뜨거워졌다.
장혜지-이기정은 지난달 세계믹스더블컬링선수권대회에서 한층 성숙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예선 7전 전승으로 16강에 진출했고 핀란드와 일본을 연파하며 한국 믹스더블 컬링 사상 처음으로 세계선수권 4강에 올랐다.
비록 4강전에서 러시아에 덜미를 잡혀 결승에 오르지 못하고, 동메달 결정전에서도 캐나다에 패해 메달의 꿈을 이루지는 못했다.
하지만 장혜지-이기정은 아쉬움보다는 뿌듯함을 느끼고 있다.
지난 23일 경북 의성 고운사에서 멘탈코칭을 받는 중에 만난 이기정은 "아쉽지만, 한국이 세계선수권 4강에 든 것 자체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아직 어린 나이인데 엄청난 경험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선수권에 처음 나갔을 때는 16강에 들었고, 그다음에는 8강에 올랐다. 이번에는 4강에 진출했다. 매년 성장했다. 미래로 갈수록 더욱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장혜지도 "아쉬움도 있었지만 좋았던 시간이다. 큰 발전이 된 시간이었다"고 돌아봤다.
장혜지는 특히 국가대표 선발전을 거쳐 올림픽과 세계선수권을 치른 경험으로 컬링의 길을 계속 걷겠다는 확신을 느꼈다고 밝혔다.
장혜지는 "언제까지고 컬링을 하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그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 내가 이것을 좋아하는구나 깨달았다. 그래서 계속해야겠다는 확신을 느꼈다"고 말하며 눈빛을 반짝였다.
장혜지는 미래 목표도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그는 "대회에서 메달을 따는 것은 선수로서 당연히 갖는 목표다. 지금은 어떤 선수가 돼야 할까를 생각하고 있다. 아직 확실히 말할 수는 없다. 찾아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기정도 자신이 원하는 컬링 선수의 모습을 새로 그려나가고 있다.
이기정은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미국 컬링 대표로 뛴 맷 해밀턴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
해밀턴은 믹스더블에는 여동생인 베카 해밀턴과 짝을 이뤄 출전했다가 예선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4인조 남자컬링에서는 결승에서 강호 스웨덴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장난기 가득한 표정에 여유로운 모습이 인상적인 선수다.
그는 "해밀턴은 메달에 집착하지 않고 즐기면서 컬링을 했다. 결과는 금메달이었다. 그렇게 즐기면서 컬링을 하는 스타일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또 "미국과 스웨덴의 올림픽 남자컬링 결승전에서 미국 선수들의 끈끈함이 정말 멋지다고 느꼈다. 남자들의 간절함이 느껴졌다고 할까. 나도 믹스더블을 계속하겠지만, 남자컬링 선수들과 다 같이 기적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며 웃었다.
장혜지와 이기정은 개인의 미래뿐 아니라 컬링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 있다.
장혜지는 "올림픽이 끝나서 컬링에 대한 관심이 떨어졌을 줄 알았는데 세계선수권 때도 많은 분이 응원해주셔서 놀라웠고 감사했다"며 "그 관심이 이어지도록 하는 게 제 할 일인 것 같다"고 책임감을 보였다.
이기정도 "이 소중한 경험을 발판으로 더욱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거들었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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