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간 52명 사살…일부 유가족 "마약사범으로 몰아 죽여"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방글라데시에서 수십 명의 인명을 앗아간 마약 단속이 논란을 빚고 있다.
경찰은 저항하는 마약상들을 사살했다고 밝혔지만, 야권 운동가가 마약 단속을 빙자한 경찰에 의해 살해되는 등 무고한 시민이 희생되고 있다는 유족들의 주장이 나온다.
방글라데시 경찰이 지난주부터 마약 집중 단속에 나서 열흘간 52명의 마약 용의자를 사살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경찰의 주 단속 대상은 '야바'로 불리는 알약 형태의 마약 유통이다. 관계 당국은 지난해에만 '야바' 3억 정이 방글라데시에 공급된 것으로 추정한다. 이 마약은 주로 인근 미얀마를 거쳐 들어온다.
관계 당국은 미얀마에서 박해를 받는 소수민족 로힝야족 난민들이 방글라데시로 대피하는 과정에서 '야바'도 함께 유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경찰의 단속에는 정치적 동기도 작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22일 방글라데시 북부 네트로코나 마을에서 암자드 호사인이라는 남성이 총격전 과정에서 사살됐다고 경찰이 밝혔다.
현지 경찰관 아슈라풀 알람은 "호사인이 14건의 살인, 폭력, 마약 사건에 연루돼 있었다"며 "그의 집을 급습해 다량의 '야바'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호사인의 형제 안사리는 "경찰이 갑자기 들이닥쳐 호사인을 심하게 구타했다"며 "그가 마약을 팔았다는 혐의는 전혀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안사리는 "호사인이 (야당인) 방글라데시민족주의당(BNP) 학생진영의 유명한 운동가여서 경찰이 그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연말 총선을 앞두고 야권 탄압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인권단체들은 경찰의 범죄·테러 신속조치대대(RAB)가 이런 불시 단속을 주도하고 있으며 반정부 인사와 범죄용의자의 초법적 처형이나 실종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 21일에는 마약 판매 혐의를 받는 40대 남성이 사살됐다.
숨진 남성의 사위는 "장인이 마약 복용자이지만 마약상은 아니다"라며 사복경찰이 장인을 집 밖으로 데려가 총을 쏴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벌이는 '마약의 유혈전쟁' 과정에서 문제가 된 초법적 처형이 방글라데시로 번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방글라데시 인권운동가 피나키 바타차리아는 이와 관련해 "심각한 인권침해가 되는 초법적 처형"이라며 경찰이 판사, 배심원, 사형 집행인인 것처럼 행동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경찰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고 비난했으며,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경찰의 마약사범 사살에 대한 조사를 요구했다.
kms123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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